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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찾기와 문장 수집

<퇴근길 도서관> 8화.

by 오렌




소개하는 네 권의 책은 현재 한 달에 한 번 나가고 있는 구립 도서관 독서 모임에서 읽고 토론한 책들로 간단하게나마 텍스트화시키지 않으면 휘발되는 것 같아 책 소개, 저자 소개, 책 속으로, 짧은 독후감의 섹터를 정해서 요약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읽는 동안, 읽고 나서 틈틈이 찍어둔 사진을 함께 정리해 보았다.




세 형제의 숲

알렉스 슐만 지음 |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책 소개

저자 알렉스 슐만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첫 번째 소설 <세 형제의 숲>은 과거의 어느 사건 이후로 산산조각이 난 가족의 초상을 창조했다.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서술되는 현재의 24시간과 순차적으로 흐르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뒤섞인 독창적인 전개 방식은, 스웨덴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강렬한 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 소개

작가 저널리스트, 팟캐스트 진행자,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오피니언 리더 중 한 명. 2009년 <서두르는 사랑>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하였으며, 알콜 중독자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룬 회고록 <나를 잊어줘>는 2017년 '스웨덴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세 형제의 숲>은 그의 다섯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소설이다. 어렸을 때는 친밀했지만, 세월이 지나 형제 사이가 소원해진 것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껴 이 소설을 집필했다. 가족 간의 애정과 결핍, 상실과 극복을 깊은 여운과 섬세함으로 표현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스웨덴 독자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왔으며,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35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다.



책 속으로

p31 그는 아주 오래전 이곳에 갇혀 버렸고 그 뒤로 꼼딱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아홉 살이다. 반면 저곳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은 줄기차게 살아낸 어른들이다.


p265 심리치료사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자, 그녀는 두뇌란 놀라운 기관이라고 했다. 두뇌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작용을 한다고 말이다. 때로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정신이 기억을 바꿔버린다고 했다. 베냐민이 왜냐고 묻자 심리치료사는 말했다. "그 경험을 견딜 수 있게 하려고요."


p318 사람들 말로는 애도란 지나가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그 단계를 지나면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구나. 물론 예전과 똑같은 삶이 아니라 다른 삶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어. 애도라는 건 단계가 아니라 상태란다. 결코 변치 않고 바위처럼 그 자리에 우뚝 버티고 있지. 그리고 애도는 사람을 침묵하게 만든다.



짧은 독후감

세 형제가 숲을 다시 찾은 것처럼 가족과의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들을 떠올렸다. 용두산공원, 깡통시장, 송도, 도서관... 소설의 사건과 장소를 통해 우리 가족의 모습, 내 유년 시절과 양육 환경을 떠올릴 수 있었고, 아픈 상처와 따뜻한 기억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 성숙한 사랑은 옳고 그름을 떠나 개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며 초록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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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에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책 소개

2401년에 살고 있던 시간여행자가 먼 과거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지구를 탐험하게 된다. 1912년, 1994년, 2195년 각각의 시점에서 동일하게 발생한 ‘특이 현상‘에 관한 연구가 작은 균열을 일으키며, 역사적 흐름을 뒤바꾸게 되는데… 인간이 가진 존엄성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다뤄낸 SF 소설.



작가 소개

저자,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 홈스쿨링을 거쳐 토론토댄스시어터에서 무용수의 길을 걷던 중 춤이 아니라 글쓰기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게 되어 학교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데뷔작 『몬트리올에서의 마지막 밤』(2009)에 이어 프랑스 추리비평가협회상을 받은 두 번째 작품 『싱어스 건』(2010)과 세 번째 작품 『롤라 콰르텟』(2012)까지 호평을 받으며 작가로서 자리를 잡았으며 네 번째 작품인 『스테이션 일레븐』이 전미도서상, 펜/포크너 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2015년에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하면서, 영미 문학의 기대주를 넘어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스테이션 일레븐』은 36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최근 HBO Max에서 시리즈물로 영상화되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은 『고요의 바다(Sea of Tranquility)』다.



책 속으로

p92 한때 미렐라는 이렇게까지 관심이 많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 엄청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하루 동안 한 모든 일에 관심을 주는 사람, 질문을 던질 만큼 산경 써주는 사람이 있다니


p328 요즘 개스퍼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평온했다. 초저녁이면 그는 침대의 가장 끝 모서리에서, 거의 떨어질 것 같은 자리에 걸터앉아 있기를 좋아했다. 그 각도에서는 창문 너머로 하늘이 한 조각 보였고 그 조각을 통해 달이 보였기 때문이다.


p347 우리가 시뮬레이션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났을 때 그 소식에 대한 알맞은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것. 시뮬레이션 안에 산대도 삶은 삶이다.


p358 나는 최근 시간과 움직임에 관해, 끊임없이 몰아침 속의 고요한 점이 된다는 것에 관해 아주 많이 생각해 왔다.



짧은 독후감

습한 무더위 속에서, 근골격계에 가해지는 통증 때문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으로 인한 성가심으로, 신경성 대장증후군으로, 불편하고 불쾌한 여름 안에서, 빨래방에서, 무인까페에서, 도서관에서, 틈틈이 공부하듯이 읽었고, 마침내 '끊임없이 몰아침 속의 고요한 점이 되는 것'에 대한 명상으로 평온한 마음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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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목록_소멸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

유디트 살란스키 지음 | 박경희 옮김 | 뮤진트리



책소개

세계 역사는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다는 것을 알지만 사라졌거나 고의로 파괴되었거나 무심하게 소실된 것들. 이 책의 저자 유디트 샬란스키는 이렇게 사라진 것들 중 열두 가지를 선정하여, 그들의 소멸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을 상기시킨다. 책의 이야기는 19세기 중반에 사라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아나키에서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는 태평양 북동쪽 바다에 자리하고 있던 섬, 1842년 말 즈음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 저자는 자료들을 찾아 그 섬이 존재했던 흔적을 따라가며, 그곳을 향해 먼 길을 항해했던 탐험가들과 그곳에 거주했던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간다. 멸종된 카스피해 호랑이, 비운의 추기경 줄리오 사케티의 저택이었으나 어느 날 무너져버린 빌라 사게티,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이 촬영했음이 확실하지만 35개의 조각으로만 남아 있는 〈푸른 옷을 입은 소년〉이라는 무성영화 필름, 시인 사포와 그의 연가들, 마니교의 창시자인 마니의 일곱 권의 책 등, 지금은 사라진 것이 확실한 것들을 통해 저자는 소멸과 파괴의 다양한 현상들에 주목하며 부재자의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상실과 부재, 그리고 여백은 어느 정도까지 존재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 책에서, 잃어버린 것들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문학적 수단을 통해 재현해내고자 하는 저자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소개

독일의 작가이자 북디자이너. 1980년 구 동독 그라이프스발트에서 태어나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2006년에 발간한 독일 흑자체 모음집 《내 사랑 프락투르(Fraktur mon Amour)》으로 다수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소설 《너에게 파란 제복은 어울리지 않는다(Blau steht dir nicht)》(2008)로 독일 문단에 데뷔한 이후, 《머나먼 섬들의 지도(Atlas der abgelegenen Inseln)》(2009), 《기린은 왜 목이 길까?(Der Hals der Giraffe)》(2011)를 발표했다. 《머나먼 섬들의 지도》는 부흐쿤스트재단이 꼽은 2009년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Die Schonesten Deutschen Bucher)’에 선정되고 2011년 레드닷디자인어워드에 선정되었으며, 《기린은 왜 목이 길까?》는 2011년 독일 문학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2012년에 또다시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에 선정되었다. 그 외 2013년에 레싱 상, 2014년에 문학관 상, 마인츠시 작가상, 2015년에 드로스테 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으로

p29 사람은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조상을 고를 수 있다.


p30 쓰는 행위를 통해 아무것도 되찾을 수는 없다 해도, 모든 것을 경험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는 있다.


p87 너를-그저-온전히-굳게-믿어야-한다는 이 말,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놓아둔 소원을 비는 쪽지들, 세계를 마법에서 풀어내는 것이 결국 가장 큰 동화였다. 한 아이의 마술적인 생각은 그 어떤 통계보다, 모든 경험의 가치보다 강하다.


p206 그들은 책에 입을 맞추며 말한다. "오 위대한 자의 지혜여! 오 빛의 사도의 무기여! 그대는 길을 잃고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어디서 그들이 당신을 찾아냈는가? 나는 환호하노라. 이 책이 그들의 손에 들어갔음을."



짧은 독후감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은 부제, '소멸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로 부욘 설명하듯이 상실의 경험을 기록하면서도 대상 부재와 지나간 흔적의 여백들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가 첫 페이지에서 했듯이 나도 따라 이 책을 읽는 동안 일어난 변화들을 기록해 보았고, 짧은 시간 동안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소멸되고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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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책 소개

건축가이자 작가이면서 다방면에서 예술가로 활약 중인 저자는 파리의 저택 주인들로부터 답장을 받아 초대된 자리에서 집에 스며든 아름다운 추억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여러 저택에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들은 고스란히 이 소설의 글감이 되었는데, 건축가로 일해 오면서 어디서도 듣고 배운 적 없는 ‘진짜 집의 이야기’가 사람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다시 설계하여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다. 이 소설은 아버지가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사랑의 메시지를 건축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그려내면서, 지적 호기심과 따듯한 감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유실되지 않도록 건물에 꼭꼭 숨겨둔 아버지의 뜻을 찾아내기 위해 치열한 추론이 펼쳐지고, 끝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삶의 희망과 원동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로써 슬픔과 상실에 넘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기억의 힘’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저자 소개

백희성

작가이자 건축디자이너. 장 누벨 건축사무소를 비롯해 프랑스에서 10여 년간 건축가로 활약하였으며, 현재 KEAB 건축 대표이다. ‘기억을 담은 건축’을 모티브로 하여 사람들의 추억과 사랑으로 완성되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에세이 『환상적 생각』이 있다.



책 속으로

p84 통로나 복도 같은 길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물길도 길이고 바람 골도 길이다. 세상 만물이 지나는 길. 길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흐르게 해주는 것이었다.


p205 기억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습니다. 그 기억이 비록 원망이나 미움일지라도......


p306 그녀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는 그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아런 게 사랑이고 가족이 느끼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p311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그녀는 그를 느끼고 있었다.



짧은 독후감

천재적 상상력이라든가, 집어 들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올해 최고의 소설 등 화려한 홍보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책은 왠지 더 경계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나에게도 정말로 그랬다. 건축가인 작가의 건축적 내공과 치밀한 설계로 흡인력 짱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인생의 수많은 집들에 대해, 문에 대해, 길에 대해, 빛에 대해, 그 상징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발길이 닿는 곳, 눈길이 닿는 곳의 빛들을 섬세하게 의식할 수 있었다. 마지막 문장,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를 읽으면서 윤하의 노래, 'home'이 떠올랐다. '네가 있는 곳,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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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짧게나마 요약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야만 외부에 있는 단어와 문장이 보다 의식적으로, 단단하게 내 안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겨진 단어와 문장은 곧바로, 또 장기적으로 힘이 되기 때문이다. 탄탄하게 쌓아 올린 근육의 힘으로 보행의 자유를 누리듯이, 촘촘하게 쌓아 올린 단어와 문장의 힘으로 삶의 의미를 되찾고 용기를 북돋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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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