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새벽 3시,
8명이 모여 카프리 호수 등반을 시작했다.
먼지바람 속에서 길을 잘못 들었고, salto 호수 입구에서 경로를 수정해야 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비가 올 것 같았다.
카프리 호수에서 보인다는 '불타는 고구마'는
구름에 가려, 결국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대신, 우리는 무지개, 쌍무지개를 만났다.
프리즘을 통해서나 볼 법한 일곱 색깔의 스펙트럼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이었다.
비를 맞으며 하산했다.
26000보.
오늘, 내 발걸음의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나보다 늦게 내려온 이들은 그 ‘불타는 고구마’를 봤다고 했다.
저녁 6시 19분,
해는 아직 중천에 떠 있었고,
일몰은 9시 59분이라고 나온다.
나는 지금, 아르헨티노 호수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
바라보는 파노라마, 그 각 부분과 산봉우리들은,
시간에 따라 빛을 받기도 하고,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조연이었던 그 부분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언젠가 무대가 될 기회가 있다.
때를 기다리자,
그리고 그때가 되었을 때,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발현할 수 있으면 된다.
살아보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