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_ 카프리 호수

세상의 끝에서

by 딸리아

새벽 3시,

8명이 모여 카프리 호수 등반을 시작했다.

먼지바람 속에서 길을 잘못 들었고, salto 호수 입구에서 경로를 수정해야 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비가 올 것 같았다.

카프리 호수에서 보인다는 '불타는 고구마'는

구름에 가려, 결국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대신, 우리는 무지개, 쌍무지개를 만났다.

프리즘을 통해서나 볼 법한 일곱 색깔의 스펙트럼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이었다.

20250108_카프리호수_12.jpg

비를 맞으며 하산했다.

26000보.

오늘, 내 발걸음의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나보다 늦게 내려온 이들은 그 ‘불타는 고구마’를 봤다고 했다.


저녁 6시 19분,

해는 아직 중천에 떠 있었고,

일몰은 9시 59분이라고 나온다.


나는 지금, 아르헨티노 호수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


20250108_칼라파테_02.jpg 아르헨티노 호수

바라보는 파노라마, 그 각 부분과 산봉우리들은,

시간에 따라 빛을 받기도 하고,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조연이었던 그 부분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언젠가 무대가 될 기회가 있다.


때를 기다리자,

그리고 그때가 되었을 때,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발현할 수 있으면 된다.

살아보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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