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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Nov 10. 2024

사람의 말

2021년 5월 #1

일주일,

아직 해결된 것은 없고, 그 사이에도 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사그라져갔습니다.

그 사이 제가 좋아하는 배우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커다란 사건은 하루에 하나씩 벌어집니다.

물론 언제나처럼 해결되지 않은 채 다음날 다른 사건이 더해지지만 말입니다. 

뭐 그런 식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잊히든가, 스리슬쩍 또는 극적으로 해결되겠지요.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제가 갈등 상황에 너무 취약한 걸까요. 

동료들이 있어서 힘을 내고, 가족이 있어 위안을 받습니다.


치고받고 주먹다짐으로 싸우고 싸움으로 생긴 상처와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 낫고 잊히지만,

말로 주고받은 싸움과 상처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잊히지 않고 남는다고,

그러니 항상 말을, 단어를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엄마가.

문득 박준 시인의 글이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언젠가 적었던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꽤나 많은 말들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저의 입에서 태어난 얼마나 많은 말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남아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상처로 기억되며 살아남아 있을까요. 

부디, 그것보다는 조금 더 많은 말들이 응원과 따뜻함으로 마음에 남아 살아있기를 바라봅니다.


5월이 되었습니다.

상반기가 이제 딱 두 달 남았습니다. 

5월이면 안정을 찾을 거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6월이 되면 괜찮을 거라는 희망을 다시 한번 북돋워봅니다.

오늘은 내일부터의 저를 위해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요리를 했습니다.

몇 주 전 만들어주셨던 양배추가지피자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며, 난생처음으로 양배추와 가지를 샀는데…

집에 와서야 피자치즈가 없는 것을 깨달았고, 소금도 넣지 않은 시판 토마토소스가 상당히 짜고,

재료들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이미지에 남아 있는 대로 삐걱거리며 만들었는데 

양배추피자인지 그라탕인지 볶음인지 정체가 모호한 그런 음식이 되었습니다. 

음… 그냥 맛있는 음식을 먹던 상상을 하며 '따뜻하게' 먹었습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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