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
열어놓은 베란다와 작은방 창을 통해 완전히 시원하지는 않지만, 꽤 부드러운 바람이 앞뒤로 불어옵니다.
라디오에서는 제목을 알지 못하는 음악들이 돌아가며 들려옵니다.
오랜만에 요가를 하고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은 노곤합니다만, 밤의 숙면을 위해 낮잠은 자지 않으려고 합니다.
평화롭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월요일, 다시 어떤 일들을 힘내서 해야 하는 시간이겠지만 오늘만큼은 무언가를 애써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입니다.
저는 요즘 샤이니 키에 빠져있습니다.
처음에 [나 혼자 산다]에 나온 키이모 캐릭터를 보고 웃다가, 알고리즘의 덫에 빠져 키가 고정출연하는 [놀라운 토요일] 짤을 보며 감탄하다가, 결국은 샤이니 키를 검색하고, 쇼츠에서도 샤이니와 키를 보며 멍 때리고 있습니다.
2018년 한 공연을 위해 유튜브를 도구삼아 이용해 보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저는 유튜브 이용자가 아니었습니다.
기억나는 것이 그 당시 어느 집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무조건 유튜브로 검색한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 삼아 그리고 내친김에 업로드까지 해 본다며 호기롭게 계정을 만들어뒀으나 여전히 네이버와 다음이 검색 1순위, 그리고 구글이 2순위였던 저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제 친한 친구도 유튜브 헤비 유저였는데, 그걸 보면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유튜브를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레시피를 찾아 베이킹을 하고,
조각난 텔레비전 프로그램 짤들을 보고,
영화를 보고,
먹방을 보고,
쇼츠를 보고 있습니다.
짧은 몇 년 사이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와이드 유저는 아니고, 편협한 유저에 가깝습니다. 거의 알고리즘이 먹여주는 것만 먹는 거죠.
너무나 단순한 삶을 살고 있는데, 단순해서 싫고
다른 사람들처럼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동시에 아무것도 하기 싫은
갈팡질팡한 마음으로 요즘을 지내고 있습니다.
제 친구는 사무실에서는 일하면서 생산적으로 살고, 하기 싫은 마음으로 집에서는 휴식을 하니 좋은 거 아니냐는데, 그런 것 같으면서 그렇지 않은 것도 같으면서… 게으른 것 같으면서… 뭐 그렇습니다.
결론은? 1주일에 4일만 일하고, 3일 쉬었으면 하는 바람을 진심으로 가져봅니다.(얘기한 적이 있던가요?)
그런 시대가 제가 은퇴하기 전에 오기는 할까요.
많이 더운, 정말 여름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스크가 꽤나 덥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열심히 착용해야겠지요.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