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3
시인이라는 사람은 참 멋있습니다.
시인은 우리와 같은 것을 보지만,
남다르게 느끼고,
특별한 언어로 표현하니까요.
많은 글이 의미 있다 느끼지만
시인의 말과 글은 더욱 특별하며 의미가 있고
그래서 그들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세상의 진리가 아니라 사람과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대한 시선이라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그게 또 인간사의 진리가 되기도 하구요.
일부러 한 번에 다 읽어버리지 않는 박준 시인의 산문집을 몇 장 읽다가,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하지 않게 돼.”
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박준 시인의 나이 많은 술친구 중 한 분이 해주신 말이라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제가 저 말을 한 분만큼의 나이는 아닐 테지만,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거든요.
나이가 들어 사람이 변했다, 열정이 변했다, 삶의 태도가 변했다, 그리고 세상에 순응했다…며 자책했던 적이 있지만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정 이후, 지금의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주는 토요일 출근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주말 휴일을 보냈습니다.
일반적으로 토요일에 한 끼는 엄마밥을 먹는데,
토요일에 거의 전일 출근하고 일요일에도 공연을 보러 나가야 하는 일정이라
이번 주는 엄마집 방문을 건너뛸까 했습니다.
일주일에 무조건 하루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고민하던 중, 갈 수 있을 때 가,라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퇴근 후 득달같이 달려가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머문 시간은 딱 1시간 40분, 오가는 이동시간은 2시간 20분이었지만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나이가 되니까요,
얼마 전 8년을 투병하신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며칠 전 친구의 아버지가 암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친구들의 아버지보다 길 가는 다른 노년의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꼿꼿하고 씩씩하고 까만 머리의 준수한 할아버지였는데, 몇 주 전부터 아빠가 눈에 띄게 할아버지가 된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안 좋던 찰나에 친구의 말 한마디가 무겁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나면 특별하지 않은 날이라도 가끔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워낙 특별한 야외 활동은 하질 않으니, 집에 있는 걸 좋아하니 기념사진이나 기록사진이 별로 없더라구요.
시간이 될 때면 가족과 함께 하세요, 함께해요.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