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
무슨 이야기를 쓸까, 써야 할까… 고민을 합니다.
지난 한 주는 하루종일 백 미터를 전력질주 하는 것과 같이 숨 찬 날들이 있었습니다.
매일이 코로나19 이슈로 가득 찬 하루를, 이틀을, 일주일을 살아내면서
사무실에서 탐탁치 않은 순간들을 발견하면서
머뭇거리며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대상을 만나면서
화조차 나지 않고 어이가 없어 실성한 듯 웃음이 나오는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하루하루 벌어지는 사건은 다르지만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에서는 퉁치고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중인데,
항상 그런 꼬질꼬질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바람만으로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도 없고,
이런 지경에 책이나 영화를 뒤적이는 부지런함 또는 자기애가 있지도 않고…
하지만 메일 보내기는 계속해보렵니다.
그러다 할 이야기를 찾아내게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그중에서 골라내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겠지요.
일기예보가 아닌 일기중계가 되어버린 날씨를 넘겨보고,
가끔은 건너뛰었던 아침 시간 코로나확진자 페이지를 다시 매일같이 열어보고,
눅눅한 바깥공기를 들여야만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날, 계절입니다.
그래도, 역시, 나가떨어지지 않고 지내야겠지요.
갑자기 며칠 전 관람한 <목선>(윤미현 작, 윤한솔 연출)이 극 중 보여준 세상이 생각납니다.
보이스피싱에 걸려 있는 돈 없는 돈 닥닥 긁어모아 갖다 바친 중년 남성과
돈을 벌기 위해 수박밭에서 일을 하다가 굴러 떨어지는 수박에 맞아 얼굴이 멍든 중년 여성, 부부.
몇 년 동안 츄리닝(트레이닝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찐 츄리닝) 입고 편의점 앞에 앉아 오락을 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청년"들". 그중 한 명은 하루종일 일어방송을 보는데 공부도 잘했고 수많은 자격증을 땄지만 사회성이 없어서 직장생활을 하지 못한 채 자격증을 대여해 주며 소소한 수입을 챙깁니다.
그 자격증을 빌려 사업을 하는 사람은 금궤를 가로채기 위해 주인공 할아버지를 속여 목숨이 위험한 일에 집어넣습니다.
하나같이 씁쓸한 사람들과 사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윤미현 작가의 장점이지요. 지나칠 수 있는 인간상들을 세밀하고 의미 있게 부각시키는.
인터뷰를 잠깐 봤는데, 연출은 할아버지가 떠나고 싶어 하는 이곳의 모습을 정말 떠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보여주려 했다고 합니다. 성.공.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기에 더 씁쓸했던 걸까요.
하지만 분명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믿어가며 살아갑니다. 모두가.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