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4
파란 하늘에 점점이 박혀있던 하얀 구름이
일순 거뭇. 해지는 것 같더니
몇 분 뒤 후두두 쏴- 거센 비가 옵니다.
알알이 떨어지면서 마른 바닥에 자국을 만들던 빗방울이
순식간에
뒤이어 떨어지는 빗방울에 땅에 먼저 닿아 고인 빗물이 튀어 오르는 상황이 될 만큼,
햇빛 받으며 서 있던 저 건너 건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바깥 창과 방충망을 쓸어내려 창턱에 꼬질꼬질한 물을 채울 만큼의 비가 내렸습니다.
풀풀 날리는 먼지와 바닥에 내려앉은 더러운 것들과 세상의 근심을 모두 쓸어낼 수 있는 비이길 바라지만,
그게 역부족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듯
채 3-40분이 지나지 않아 빗소리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저 잠시 왔다 갔다는 흔적만 남겼습니다.
그마저도 해가 지나간 시간이라 가능했겠지요.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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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와 인간계에서 모두 예상하지도 못할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끔 망각한다.
그런 건 저 아래 심연의 어딘가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어느 순간 마법과 같이 번쩍하고 등장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