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
메일을 더듬어 보니, 지난해 5월 첫 주 메일 발신 이후 처음입니다.
기록을 뒤적여 보니, 지난해 5월 2년 만에 한의원을 찾아갔고,
AI 같은 선생님에게 나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에 대해 늘어놓으며 위로를 얻고,
침을 맞고, 한약을 먹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머리도 많이 지친 데다 우울감이 심한 상태였고,
더 이상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의원을 찾아갔고,
아마도 그때부터 최소한의 의무만 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한의원이었을까요, 그리고 왜 직장인으로서의 의무였을까요.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시간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해가 바뀌고, 괜찮아지리라는 믿음은 언제나처럼 꽤 괜찮지 않은 상황들을 맞이하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그리고 하루의 해는 잘도 찾아왔다 잘도 지나갑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확인하는 방 안의 해는 같은 시간이라도 점점 밝아지고, 많아지고
저녁에 퇴근을 앞두고 확인하는 하늘의 해는 역시 같은 시간이라도 계속 밝아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봄을, 그리고 머잖을 여름을 맞이합니다.
올 초에는 많은 헤어짐이 있었습니다.
이별, 작별, 분리, 헤어짐… 어떠한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달랐고, 저에게 있어서의 그 무게와 의미, 그리고 그를 대하는 과정과 태도 또한 달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승에서의 헤어짐이기만 하다면, 그 헤어짐은 결국에는 별 거 아니라는 것.
그저 조금씩 다른 영향을 주고받는 거라는 것.
주말 책상에 맞아 오랜만에 노트북에 글을 적는다는 것이,
빈 공백만큼이나 어색하고 습관이 몸에서 빠져나간 것이 분명할 만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머리와 마음은 부르릉부르릉 하는 것을 보니, 다시 손 끝에 습관이 들 날도 머지않으리라 믿어봅니다.
많이 웃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