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의식 과잉

2023년 3월 #4

by 올디너리페이퍼

요즘은 자의식 과잉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습니다.

꽂혀 있다고 해서 학습의욕을 갖고 이것저것 찾아보는 것은 아니고, 그저 나에 대해 그리고 타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이 자의식 과잉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내가 보고 있는 상대방의 지금 행동은 자의식 과잉의 발현인 것은 아닌지.

그리고 지금 이 메일을 적으며, 인터넷을 조금 뒤적여 보았습니다.

자의식(self-conscious)이란 ‘자신에 대해 가지는 의식’,

자의식 과잉이란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경향’이라고 간단하게 얘기할 수 있는데,

자의식과 연결된 감정은 주로 당혹감, 수치심, 죄책감, 자긍심을 꼽는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여기서도 모든 것이 과할 때, 즉 긍정적인 감정조차 이것이 과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감정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결국은 나 홀로의 자아보다는 타인에게 보여지고 인식되는 사회적 자아를 통해 관계 맺음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성향을 보여준다는 MBTI도 결국은 개인 고유의 성향보다는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상대방과 맺은 특정한 관계성으로 인해 시기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같은 시기이지만 사람, 집단마다 동일한 사람이 다른 유형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나친 자의식은 과한 자기 홍보, 타인 공격 또는 보호적 전략, 방어적 연출이라는 네 가지 유형의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과도하게 조심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과도하게 나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도

행동은 정반대로 나타나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실제적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거지요.

개인인 나 자신이 미치는 영향을 과하게 판단해서 느끼는 필요 이상의 수치심이나 죄책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환경에서의 나를 합리화하는 우월감이나 자긍심도,

타인을, 세상을 (고작 내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보겠다는 책임감과 오만함도

모두 적절한 성인의 인식과 판단은 아니라는 것…

을 되새김질합니다.

세상에 좋지 않은 선생은 없습니다.

선인은 선을 통해, 악인은 악을 통해, 과함은 과함을 통해, 모자람은 모자람을 통해 모두 가르침을 줍니다.

그저 내가 받아들이지 못할 따름입니다.


지난주 아랫녘에서 화사하게 얼굴을 내민 목련과 벚꽃을 보았습니다.

봄의 떠남은, 빈소는, 남은 사람은 그래서 더 처연함을 줍니다.

이번 주면 서울에도 목련에 이어 벚꽃이 만개하겠지요.

이번 봄은 행복과 아련함을 함께 주겠지요.


많이 웃으세요.


keyword
이전 03화세상의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