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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Jul 14. 2024

일상의 대화로도 충분해

2020년 8월 #1

제.주.도.라니! 

오늘 하루 제주도의 하늘은 어땠나요? 

서울은 금요일에 너무너무 습하면서 더웠고, 토요일에는 하늘이 얼마나 많은 비를 쏟아낼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무겁고 진한 회색빛 하늘이더니,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비가 잠깐 쏟아질 때는 정말 엄청나게 퍼부었습니다. 이건 한국의 여름이 아니다... 싶게. 내일까지도 비가 많이 온다지요.


저는 계획하지 않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국내든 국외든 자유여행을 선택하는지라 여행의 시작과 끝은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그 중간을 채우는 시간 말입니다. 물론 헤매고, 가끔 무료하고, 현지에서 검색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수도 있지만, 생활하는 곳이 아닌 곳에서 땅을 밟고, 공기를 마시고, 하늘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합니다. 


한때는 언제 다시 방문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간단위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떠났었는데, 막상 그 시간 그곳에 가면 생각보다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일상생활에서 가졌던 계획과 습관처럼 무언가를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그곳에서의 소소한 하루를 즐기지 못하겠더라구요. 몸은 피곤하고. 

어차피 어느 쪽도 충분치 않다면 그냥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지에서 만의 일상을 만나는 거지요, 큰 노력 들이지 않고. 늦잠도 낮잠도 식사 거르기도 멍 때리기도 모두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채로 가는 것은 아니구요 ;)


맞습니다, 짐작하시는 대로 신구 선생님과의 술자리를 좋아합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술자리라기보다는 선생님과의 시간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편해질 수 있는 분입니다. 몇 번의 경험이긴 하지만 젊은 후배이자 동료 배우들도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날도 선생님을 뵈러 온 두 분과 자리를 함께 했고, 함께 출연했던 다른 배우도 본인 손님들과의 식사를 끝내고 합류했습니다. 

분장실에서, 식사 또는 술자리에서 다른 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예우 차원인지, 마음으로 좋아하는지. 지난번에는 쌤이랑 냉면 한 그릇 하러 가는데, 예전에 같이 공연했던 분에게 연락이 와서 갑자기 합류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술자리에서의 대화는 특이하지 않지만, 특별합니다. 

그날은 싸움(언쟁?)으로 분위기가 냉랭한 엄마아빠를 만난 이후였던지라 

쌤한테 아직도 싸우는 엄마아빠에 대해 투덜거리기도 하고,

공연하면서 아찔하셨던 순간에 대해 듣고, 

당신 나이 드시니 중간에 변경되는 대사에 새로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곤혹스러웠다거나, 그래도 어쩌겠느냐 배우니까 극복해야지 라는 말씀, 

함께 출연하시는 배우와 공연, 캐릭터 그리고 오늘의 공연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를 그저 듣거나 하는

등등 아마도 어떠한 역할로든 공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어르신들과의 작업이 꽤 있었기 때문인지,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존경스러움과 아련한 마음이 함께 듭니다. 엄마아빠의 모습을 미리 보는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어디서나 보고 들을 법한 대화이기도 하지만 

재미난 일화라서, 

또는 공감되는 문장이라서 귀를 기울이게 되는 내용뿐만 아니라 

당신에게 귀 기울여 듣도록 하시는 것이 선생님의 능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최소한 저에게는 그 효과가 탁월합니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요.


이번주는 참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물가물… 그래도 기억할 만한 날이 하루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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