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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Jul 24. 2024

추억의 손글씨 편지

2020년 8월 #4

이번 편지는 방식을 조금 바꿔보았습니다. 

이유인즉슨, 제가 아이패드 미니를 샀거든요. 짝꿍 펜도. 으하하!! 

디지털로 앉혀지는 손글씨가 아직 엉망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엉망일지도 모르지만 이번 주는 소식 전할 겸 손글씨로 편지를 적어봅니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라고 쓰고 국민학교라고 읽는) 4학년 때 처음 전학이라는 걸 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거의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헤어지면서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 끝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았고, 받은 편지는 아직도 모아두었는데 지금은 엄마집에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은지, 한 장으로는 부족한 때가 부지기수였습니다. 


다른 기억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쪽지. 요즘 아이들도 그런 쪽지를 주고받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쪽지들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데, 워낙에 짧은 메모들이다 보니 다시 보아도 지금은 무슨 맥락에서 주고받은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고마움과 서운함이나 미안함을 적으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던, 또는 쉬는 시간이나 하교할 때 뭘 먹자는 그런 내용들입니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퍽이나 절절한 감정들이 담겨있고, 덩치는 이미 다 커버린 청소년기의 세상 발랄한 귀여움이 담겨 있습니다. 언젠간 버려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막상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것들이 남고 남아서 제가 죽은 이후 누군가 읽고, 저의 감성 충만하고 귀염 뽀짝하던 그 시절을 잠깐이나마 상상해 줄까요? 아니겠지요 >.< 


그 이후로는 손글씨 편지는 퇴사하는 친구에게 남기는 몇 줄의 롤링페이퍼랑 아주 가끔 누군가에게 전하는 카드 몇 줄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쁜 편지지를 발견하면 엄청 열심히 사서 모아 뒀는데, 이제는 여행 가서 엽서 한두 장씩 사는 것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손글씨 편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난 한 주는 참 하루하루가 정신없었습니다. 

오랜만의 정신없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조마조마하기도 했구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마는 정말로 코 앞까지 다가온 코로나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엄마집에 방문하는 일정도 취소하고, 3년 남짓 만에 만나기로 했던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했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할 거 있나 싶으면서도 혹여라도 제 안에 바이러스가 있어서 엄마아빠나 친구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도 걱정되고, 다음 주 예정된 출장에 영향을 줄까도 생각하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무섭더라구요. 그렇게 재택근무와 주말을 집콕하기로 했습니다.


아! 다음 주에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말씀드렸던 그 워크숍이 있거든요. 화천과 해남에서. 

화천에서 4박 5일을, 이후 해남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게 됩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시작과 끝만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계획대로 되는 게 어디 있나요. 전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원래 10명 예정이었는데, 결국 해외팀이 입국하지 않게 되면서 프로그램 인원을 조금이라도 맞추고자 했거든요. 계획하고 준비하는 제 입장에서 가장 쉽게 추가할 수 있는 사람이 저였고, 담당자이니 가장 타당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템플스테이 해보셨나요? 

저는 관심은 있었는데, 막상 스스로 선택은 안 하게 되는 정도였습니다. 이번에 엉겁결에 참여하게 되면서 마침 잘되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살짝 설레기도 하구요. 4박 5일 기간인데, 참선의 수행이라고 합니다.

참선...?! 05시부터 하루의 일정을 시작하고, 명상으로 하루를 끝내는 시간이 22시. 정말?!입니다. 더 대박인 건 화천에서는 16-01시까지가 공식일정이라는 겁니다. 한국팀이랑 해외팀이랑 각각 현지에서 줌을 통해 동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뭐 어떻게든 되겠죠. 해외여행 다녀오는 것처럼 시차적응에 성공해얄텐데요. 


글씨가 엉망이라 이만 멈춰야겠습니다. 

다음 주는 1차 일정을 마치고 메일을 쓰겠습니다. 어떤 아름다움을 탐구했는지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길 바라며…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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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로 작성한 메일을 브런치스토리 연재를 위해 옮겨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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