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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Aug 11. 2024

휴식과 일의 핑퐁게임

2020년 10월 #1

금요일입니다.

가족들과 특히 조카와 처음으로 5일의 시간을 꽉 채워 보낸 후,

오늘 아침 집에서 혼자 눈을 떴는데 평온함 속에서도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느껴졌습니다. 공허감...까지는 아니지만, 당신이 이따금 친구들을 만난 이후, 식구들을 만나고 왔을 때 느껴진다는 외로움과 같은 모양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 화요일 휴가를 내 행운과도 같은 추석연휴를 보냈고, 토, 일요일 출근을 해야 하는 저는 오늘을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뭐 그렇다고 특별히 할 것도 없지만, 오늘 하루 저를 위해 바지런히 움직여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럼 아깝지 않은 마음으로 주말 동안 일하는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침부터 종류별로 세 번에 나눠 세탁을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유유자적(한 척) 커피를 마시고, 유튜브를 보면서 매트 깔고 요가를 하고, 샤워하고… 휴가 중 찍은 사진들을 식구들에게 보내주고,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나 식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마지막 휴일이 꽤나 알차게 끝났습니다.


간혹 주변 부부의 모습을 봅니다. 물론 부모라는 부부의 모습도 포함해서.

그리고 요 며칠 동생부부의 모습도 봤습니다. 부부들은 참 이상한 것 같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참 그렇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가까워 보이고, 어느 순간 너무나 멀어 보이고, 물리칠 수 없는 자식이 있고, 없는 이들도 있고, 밥벌이와 생활벌이를 하고, 함께 휴식과 피로를 느끼고, 뜨겁고 그런가 하면 차갑고, 관심을 기울이다가 무심하고, 하나 같지만 절대적으로 둘이고, 공동의 책임과 의무를 느끼고, 그러다가 완전히 남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럼에도 자식의 부모로 남는 경우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켜놓은 채 무심히 흘려듣던 라디오에서

But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캐롤 키드의 오래된 노래가 문득 귀에 들리네요. 달콤한 목소리. 여기서 갑자기 등장하는 회상 감성. 

그러고 보면 연애를 하든 안 하든, 일인가구 남녀들도 참 이상한 것 같습니다. 

인간이 모두 이상하네요. 

이상하지만 여기까지 쓰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출근이긴 하지만 저녁 외근 일정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하루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계획안을 쓰고 못다 한 업무들을 처리하고, 연습실에 갔다가 돌아와 늦은 밤까지 프로그램북 교정에 연출님들이랑 카톡을 미친 듯이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 아침. 얼른 출근해야 해요! :) 

가을의 날이 참 좋네요, 근데 머리가 빙빙빙. 

뇌가 제 온도가 아닌 열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느낌입니다.

지난한 작업의 과정이 꽤나 많은 부분에서 화와 수용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정의 마무리에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세상은 몰라도 내 주변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믿음 때문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라 믿는 건 대부분의 경우 사람 자체에 대한 미움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같은 팀이 되고 보면 근거 없는 한 방향 애정을 기반으로 하게 됩니다. ㅋㅋㅋ


본격적인 10월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에너지가 반은 빠져나간 듯한 느낌입니다. 이래서 어떻게 한 달을 버틸까요. 

요즘은 생각합니다. 은퇴의 시기가 더 빨라져야 한다는 것을. 완전한 은퇴가 아니라, 젊은 시절 열과 성을 다해 하던 첫 번째 일을 마무리하는 것 말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지만 인간의 신체는 노소가 분명 다르고, 일에 대한 마음과 열정이 아무리 같아도 분명 그 모양은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음... 그럼에도 놓을 수 있을까요? 아직 답이 없습니다.

갑자기 영화 [인턴]이 생각나네요. 세상은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지요? 그만큼 사람과 나이듦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질까요?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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