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4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내일 월요일.
3일 중 최소한 하루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무조건 쉬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후다닥 빨래와 청소를 끝내고, 친구 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몇 달 전에 친구가 해준 냉파스타가 계속 먹고 싶어서, 며칠 전에 다시 해줄 수 있는지 부탁했거든요.
지난번에는 자잘하게 썰어 넣은 생양파를 하나도 먹지 않아 이번에는 아예 제외하고,
방울토마토만 새콤하게 마리네이드 해서 바질페스토와 리코타치즈를 얹어 비벼 먹는 냉파스타.
차갑고 상큼해 여름에 잘 어울리는 파스타라고 하지만 계절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정말 너무 맛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저도 집에서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저녁에는 아는 언니의 작업실에 가서 우울한 얘기와 재밌는 얘기를 한 판 하며,
인도커리를 배달해 먹었습니다. 배 터져 죽겠다면서도 끝까지…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은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지만, 집에서 조용히 여유를 즐기며 있으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 하루는 마무리에 아쉬움을 남기지만,
분명히 그런 시간이 몸과 마음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쉬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되겠지요.
사실 어제는 점심 나절에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미팅을 한 건 하고 오후에 퇴근한 후,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에 사무실에서 한남오거리까지 걸었습니다. 그대로 집에 가면 남은 시간을 같은 감정과 기분으로 망쳐버릴 것 같았거든요.
사무실-숙대입구역-삼각지역-녹사평역-이태원-한강진역을 거쳐 한남오거리 버스정류장.
빠르게 걸으며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지 않는 구간에서는 사람 소리 없이 차도를 달려가는 차들이 저마다 만들어내는 불규칙 속의 규칙적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이들을 더 빠르게 지나쳤습니다. 조금은 차가운 바람에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힘차게 걸었더니, 몸은 노곤노곤해지고 날카롭고 큰 파동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던 머리는 천천히 부드럽고 안정적인 파동으로 바뀌면서 조금 씩씩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끝마무리는 아이스크림라떼를 한 잔 마시며 저도 다른 이들처럼 천천히 걸었습니다. 1시간 23분. 힘 빼고 당을 채우니 개운하고 좋더라구요.
그리고 지난주에 가지 못했던 엄마집에 가서 집밥을 배불리 먹고 나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음식과 운동으로 몸을 보살피면, 마음도 힘이 생깁니다.
근데 지난 한 해 마스크를 쓰면서 환절기를 가볍게 지나갔던 비염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코도 살짝 막히고,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가 나오는 증상이 생겼습니다.
재채기 소리를 들은 친구가 너무 익숙한 저의 재채기 소리인 것을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했지만, 괜스레 신경 쓰이고 걱정되고, 몸 안 어딘가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아 몇 번씩이나 체온을 체크해야만 했습니다.
다소 무서웠습니다. 유난히 어제, 오늘 일로도, 가족과 친구도 사람을 많이 만났으니까요.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나… 안되나…
오늘 늦은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하네요.
오랜만의 비라서 오기 시작하는 것을 듣고 자고 싶지만, 졸려서 그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다 하니, 하루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일은 편안한 집에서 빗소리와 공기를 옴팡 느끼며, 따뜻한 라떼를 한 잔 들고
오랜만에 넷플릭스로 영화나 한 편 봐야 할까요? 그럼 내일밤 하루를 잘 보냈다며 만족스러워하겠지요.
내일부터는 3월입니다. 봄이 시작할까요?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