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
버스(110B) 안에서의 대화.
“이 버스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이거 타면 서울을 길게 돌아서 동대문에도 가.”
“그러고 보면 우리 집이 서울 중심이야. 버스 타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마포는 늙은이들이 많이 살아. 오래됐고 그래서 집도 그렇고.”
“버스가 얼마나 좋아. 앉아있으면 극장이야. 움직여 다니면서 바깥이랑 사람들 보여주잖아. 이게 극장이야.”
“OO는 버스를 못 타서, 맨 여기저기 걸어 다닌대. 얼마나 안 됐어, 이 좋은 거를.”
“그래, 걸어 다니면 운동은 되겠네. 그렇지.”
“여기는 해방촌(사실 이태원을 지나 한강진을 지나치는 길이었습니다.), 여기는 젊은이들이 많이 살아. 이거 봐, 젊은이들 타는 거 봐.”
“젊은이들 보는 게 얼마나 좋아. 젊은 거 좋잖아.”
이쪽 의자에 앉아 복도 건너 의자에 앉으신 할머니에게 끊임없이 얘기하는,
쩌렁쩌렁 울리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잠시나마 짜증이 났던 저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버스를 갈아타고도 할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남아,
큰 짐을 들고 버스에 오른 그보다 조금은 젊은 할머니를 위해
무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그렇게 일상의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감동을 만나고, 자신을 돌아봅니다.
다시 두 주 만에 엄마밥을 너무 열심히 먹어서인지,
그 간 피로가 쌓인 탓인지,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다녀서인지,
토요일에는 엄마집에 다녀와서 그대로 지쳐 쓰러졌습니다.
1시간 반 남짓 죽은 듯이 자고 일어나서도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아 저녁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요일, 오늘 늦은 아침, 완벽하게 숨어버린 창 밖 63빌딩을 찾으며,
부디 다음 주는 공기가 조금은 맑기를 기대해 봅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