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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로서 해야 하는 일

by 토리가 토닥토닥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심리적 상황은 지속적인 만성적 슬픔에 젖어있는 상태이다.’

코로나로 일정을 정하지 못한 체 미뤄지고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 자조모임을 매 순간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마음가짐은 역지사지다. 그러나 지속적인 만성적 슬픔과 아주 강한 슬픔이 되살아나는 재경험을 가늠하기 힘들다. 나는 골똘해진다.


한국에는 24만의 발달장애인이 함께 살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후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삶은 더욱 힘들다. 관련된 많은 뉴스는 부모가 장애자녀를 죽인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이다. 3월 17일 제주에서, 6월 2일 울산에서, 6월 5일 광주에서. 코로나로 인해 복지기관들이 휴관 상태가 되면서 돌봄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되었다. 보호자인 어머니들이 가중된 돌봄 부담을 이기지 못해 함께 사망하는 참담한 사건이 줄지어 벌어지고 있다.


4년을 선고받은 9살 된 자폐 딸을 살해한 40세 어머니에게 재판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장애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이 한 개인과 그 가족에게 얼마나 힘들고 가혹한 환경인지 절감하게 된다. 선고되지 않은 나머지 형이 우리가 받아야 할 비난의 몫이다.”라고 했다.


얼마 전 보호자 상담에서 복지사가 꼭 해줬으면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여쭤보았다. 30대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을 두신 70대 아버님이셨다. “우리 부부가 죽고 난 후 아들이 혼자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 부모 사후 대비 매뉴얼‘ 요청이었다. 그 이야기를 결코 업무로 대할 수 없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본다. 나는 그 고통을 모른다. 그 마음이 되어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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