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 Nov 14. 2024

61m 나무 위에서 738일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나무 위의 여자>


61m 나무 위에서 738일 동안 지내며 숲을 지키는 데 성공한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에 관한 책 <나무 위의 여자>를 소개합니다.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은 홀로 대기업에 맞서 숲을 지켜낸 환경 보호 운동가로 <나무 위의 여자>는 제지 회사가 숲을 파괴하는 걸 막기 위해 추정 수령 1000년, 높이 61m인 삼나무 위에서 1997년 12월 10일부터 1999년 12월 18일까지 738일 동안 생활한 그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평범했던 줄리아가 나무 위에서 홀로 비바람과 외로움을 견디며 자신의 내면 깊은 곳 그리고 자연과 친구가 되는 과정이 감동을 줍니다.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나무에 올라가기 전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의 본명은 줄리아 로레인 힐입니다. 줄리아는 1974년 2월에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부흥 목사로 캠핑카에 살며 미국 곳곳을 떠돌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줄리아가 10대 중반이던 무렵 미주리 어느 캠핑장에 정착했습니다.


캠핑장에서 지내던 어느 날, 나비 한 마리가 줄리아의 손에 앉았습니다. 나비는 도망치지 않고 한참을 줄리아의 손에서 머물렀습니다. 이때부터 그녀의 별명은 '버터플라이'가 되었습니다.


1996년,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이 22살 때 자동차 핸들이 그녀의 두개골을 관통하는 큰 교통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녀가 다시 걷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데에는 거의 1년이 걸렸습니다. 훗날 그녀는 이 시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복되면서 저는 제 삶 전체가 균형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16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그 후 웨이트리스, 레스토랑 매니저로 쉬지 않고 일하며 내 경력, 성공, 물질적인 것에 집착했습니다. 그 사고로 나는 순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습니다. 비유적으로든 문자 그대로든 내 머릿속의 운전대는 내 인생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나무 위의 여자 중>


줄리아는 이때부터 내면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는 삼나무 숲 파괴를 막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나무 위의 여자


건강을 회복한 줄리아는 캘리포니아로 자동차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평균 높이 50m 이상의 거대한 나무로 이뤄진 숲이 파괴되는 현장을 목격한 줄리아는 왠지 모를 강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결국 집에 돌아가지 않고 그곳에 머물기로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 훔볼트 카운티에 있는 그 삼나무 숲은 제지회사에 의해 파괴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환경단체, 시민 단체가 연합해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벌목꾼이 나무를 자르지 못하게 누군가 높이 50m 이상의 나무에 올라가 버티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고 결국 줄리아가 자원했습니다. 이후 그녀가 올라간 이 나무는 '루나'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처음엔 일주일만 지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내려오면 제지 회사가 금방 나무를 베어낼테고, 그러면 결국 숲 전체가 파괴될 것을 알기에 그녀는 무려 738일을 루나 위에서 버텼습니다. 제지회사가 루나를 포함해 완충지대 내의 나무는 벌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때까지요. 그리고 마침내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은 숲을 지켜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에도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은 에콰도르에서 숲을 파괴하며 행해지고 있는 송유관 건설에 항의하고, 개발을 위한 농장 매각에 반대하는 등 지금까지도 환경 보호와 영성 수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과 루나


느낀 점


무려 738일입니다. 처음부터 기한이 정해져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 기약 없는 긴 시간 동안 홀로 나무 위에서 시속 64km의 강한 비바람, 추위, 외로움을 비롯한 온갖 희로애락을 견디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도, 밑에서 음식과 생필품을 챙기고 그녀가 내려보낸 대소변을 처리하며 도운 사람들도 대단합니다. 


기독교는 오직 하나님만이 신이라고 가르칩니다. 성경에는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라 나와있습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줄리아가 이런 세뇌에서 벗어나 루나와, 더 나아가 모든 자연에 깃든 신성을 깨닫는 과정을 읽으며 아름답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열심히 교회를 다니다 이젠 무교이고, 그녀처럼 의심의 여지없던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저 자신의 일부가 무너지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던 때가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간절해도,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그곳을 향해 가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음을 다시금 느낍니다. 그리고 힘들어도,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기약이 없어도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나무 위의 여자>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마치 다윗처럼 홀로 골리앗이라는 대기업에 맞서 숲을 지켜낸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의 실화 <나무 위의 여자> 소개였습니다.


https://brunch.co.kr/@ordinaryspecial/11




이전 11화 계속 걷다보면 언젠가는 도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