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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추행, 부당해고 고소 최종 결과

by 이영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간략하게 형사 고소 과정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1. 형사 고소 단계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고소(경찰서에 고소장 제출) -> 경찰 수사 ('기소/불기소' 의견 덧붙여 검찰로 송치 또는 사건 종결) -> 검찰 수사 -> 아래와 같은 이유로 불기소 또는 경찰에 보완수사 명령 또는 재판


2. 경찰/검사 의견 종류

ㅇ 혐의 없음: 범죄가 아님 또는 피의자가 한 일이 아님

증거불충분: 범죄가 있었던 것 같긴 하나, 입증할 증거가 부족

ㅇ 공소권 없음: 처벌 불가능 (예: 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음, 공소시효 만료 등)

ㅇ 각하: 고소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 (예: 피고소인 특정 안 됨 등)


3. 경찰에서 불기소(증거불충분) 통보를 받은 경우 검찰에 항고할 수 있고, 검찰에서도 같은 통보를 받으면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추행, 부당해고를 당한 뒤 혼자서 한 건, 변호사를 선임해 한 건, 총 두 건의 고소를 했습니다. 2024년 2월 혼자 한 첫 번째 고소는 경찰 단계에서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통보를 받아 항고, 재항고하여 현재 대법원에 들어가 있고 24년 10월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한 두 번째 고소는 검찰까진 갔으나 25년 6월 결국 또 "혐의 없음(증거불충분)"통보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대한 항고는 안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첫 번째 고소에 대한 대법원 판결만이 남았습니다. 이변이 일어나길 바라지만 경찰, 검찰 결과처럼 "혐의 없음 (증거불충분)"이 나올 확률이 거의 100% 입니다. 그러니 사실상 두 건의 형사 고소 모두 재판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끝난 셈입니다.


그래도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직장 내 성추행은 인정받았습니다. 전 직장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쉽게 말하자면 동창회 같은 모임입니다. 이 일로 가해자는 이 모임은 물론 관련 있는 다른 단체에서도 잘렸고, 저를 부당해고 하고 경찰조사에서 거짓말까지 한 가해자의 측근은 취임 두 달만에 대표직에서 스스로 사퇴하며 망신을 톡톡히 당했습니다. 명예를 위해 그 모임을 비롯해 여러 활동을 하는 그들이기에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일로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게 되어 굉장히 치욕스러울 겁니다.


비록 형사 소송에선 재판에도 못 갔지만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손해배상청구 민사 소송을 걸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고소는 판단 기준이 다르다구요. 그럼에도 일단 더 이상의 소송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매듭지어 과거에 남겨두고 이젠 제 에너지를 온전히 오늘 하루와 앞으로 펼쳐질 내일을 위해 쓰고 싶어서요.


변호사와 두 번째 형사 고소 할 때 (몰라서ㅠ) 민사도 같이 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럼 민사소송청구권 소멸시효 같은 것도 안 알아보고 깔끔하게 마음 정리 했을텐데 지금은 오직 제 결심으로만 정리하려니 솔직히 진짜 끝난 건지 아닌 건지 긴가민가 합니다. 핸드폰, 노트북, 책상엔 아직도 관련 자료가 한 가득이구요. 이 연재가 끝날 때쯤엔 마음도 환경도 완전히 정리돼있길 기대합니다.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결과가 나온 이유는 가해자 측에서 거짓 목격자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cctv 등 다른 증거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분명 그 자리에 없었고, 아무것도 못 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고, 분명히 봤다"고 거짓말을 했더라구요. 경찰 조사에서는 참고인이 거짓말을 해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이번에 처음 아셨겠지요?


고소를 하면서 법의 세계는 상식의 세계와 완전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위경련, 자궁근종 등 온갖 병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어요. 그래서 인생 2막은 예전처럼 살지 않고 도전하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 났던 일에 도전하려합니다(?) 그래야 개고생한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저의 이 좌충우돌 고생담이 저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저처럼 고소를 처음 해보는 분들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안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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