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노래는 그만 듣고, 이제 울기 말기로.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를 않아.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는데 예고도 없이 나를 찾아온 그날이 말이야.
너를 만나면 반갑기도 하면서 무서워, 겁이 나. 반가운 건 뭘까, 너를 마주하면 비로소 내가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태어날 때부터 탯줄에 마치 네가 엉켜 있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탯줄이 끊어지면 그제야 독립적인 생명체가 된다던데 너는 왜 여태 내 심장에 머물러 있을까.
그런 너를 만나면 나는 마치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신비로움을 체험해. 그게 정말 고통스럽고 끔찍하다는 걸 알지만 나는 이제 너를 반기기로 했어.
새로 태어난다는 건 어쩌면 좋은 일 일수도 있잖아_생명에는 희생이 따르지만 말이야. 네가 주는 희생이라면 기꺼이 마주해보려 해.
처음에는 너를 피하고 싶었어. 너를 만나면 혈관이 뒤엉키는 것 같거든 지금도 그래 심장이 얼어붙고 뼈마디가 바스러지는 것 같아. 내가 마시는 이 공기가 이렇게 무거울 수가 없어.
손가락 관절 하나하나가 저리고 동맥이 틀어 막히는 기분_그런 이상한 기분을 주는 네가 반가울 리가 없잖아 올 거면 온다고 말이라도 하고 와주지..
오늘 내가 주저앉은 복도는 유난히도 차가웠어. 숨 쉬는 게 너무 아파서 너무 날카로워서 숨을 쉴 수가 없을 만큼. 아마도 너를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봐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는데 너는 내가 보고 싶은가 봐_내가 너를 만나면 좋은 일이 있을 건가 봐. 내가 너를 만나야 어느 누구를 살릴 수 있는가 봐.
너를 만나야 내 세상이 바로 서고 너와 마주해야 내 세계가 창조되나 봐.
그래서 나는 너를 두려워하지 않고 만나려고 해. 그거 알아? 너를 만나는걸 엄청 아파하는 사람이 있어. 나보다도 더 아파하는 그런 사람
그 사람이 마치 내 생명과도 같아서,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소중한데 그래서 너를 만나고 싶지 않은데 너를 만나는걸 되도록이면 숨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근데 이제는 숨기지 않으려고 해_
온몸이 저릿저릿한 이 기분이 어쩌면 나와 같은 누군가를 살리는 유일한 길 일수도 있잖아. 어쩌면 세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네가 무서워. 그리고 겁이 나. 그렇지만 부디 날 찾아와 줘
내가 더 강해지도록 끊임없이 나를 찾아와 주길 바라. 나는 너와 마주하며 언젠가는 너를 누구보다도 반기며 마중을 나갈 테니, 그럴 수 있도록 계속해서 나를 괴롭혀줘.
고작 네가 나를 아프게 할 수 없어. 어쩌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야.
더 이상 너로 인해 울지 않으려고 해. 물론 도망치는 일도 없을 거야.
그러니 오늘 밤에도 날 찾아와 줄래? 꿋꿋이 서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널 맞이할게, 공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