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호흡

182-82rpm

by 고행복

그는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그냥 숨만 쉬면서 살아가는 게 전부다. 그러나 숨을 내쉬는 것조차 옥죄어 오는 이 순간은 마치 그를 거대한 태풍에 잠식시켜 버리는 것 같다. 누구도 무엇도 어느 것도 그의 태풍을 헤아릴 수 없으며, 감히 짐작조차 못할 거다. 그냥 이건 오롯이 그의 몫이다. 그런 것이다.

알아달라고 말할 필요도, 억울하다고 호소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온전히 그가 감당해야 할 그의 죄 값인 것이다.

태어난 죄, 살아있는 죄,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이렇게 두 눈 뜨고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죄.


다시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본다. 눈을 감는다.

그는 그 죄속에서 이렇게, 그저, 홀로 달게 허덕이고 있을 뿐이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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