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준형은 집에서 신발을 신는다.
모습의 첫 번째 인물은 작가 박준형이다. 준형은 나에게 있어 조금 특별한 사람이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에 발을 맞추는 나에게 느린 걸음의 여유를 체험하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적당한 호흡으로 던지는 그의 질문과 호기심은 항상 거부감없이 다가온다. 이런 이유로 작업의 첫 번째 순서로 그를 담아보고 싶었다. 편한 사이, 가까운 거리감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준형의 모습이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도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상의 일부에 자연스레 개입하여 여러 각도로 인물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 그 첫걸음은 편안하고 안락한 시공간을 만드는 어느 예술가의 모습이다.
작업실은 그가 거주하는 집 속에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흥미로운 물건과 문구로 가득했다. ‘재능충 박준형’, ‘I AM A HAPPY & SMART ARTIST’로 시작되는 영어 문구, 관람객에게 받은 응원의 메시지, 시선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스스로 건네는 응원의 텍스트가 배치되어 있다. 사물과 가구의 배열도 매우 흥미로웠다. 작업의 영역과 생활의 영역이 서로의 자리를 양보하며 효율적으로 위치하고 있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공간을 둘러보면서 자연스레 준형과 대화를 시작했다. 여러 이야기 중 몰입을 위해 집에서 신발을 신거나 외출복을 입는다는 그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안락한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까운 곳에 앉을 곳과 누울 곳이 있고,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이 있다는 것은 매우 편리하지만 동시에 몰입의 순간을 줄어들게 한다. 준형의 작업이 늘 그러했듯 공간구성의 대부분은 그의 효율적인 루틴과 속도를 위해 마련된 것들이다.
테이블은 작업에 임할 때 그가 세운 조건에서 딱 들어 맞는 도구 중 하나이다. 자세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세란 그림에 임하는 태도인 동시에 몸의 형태를 지칭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과 시간에 매우 적절한 방법을 취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에 담을 수 있는 사이즈와 매뉴얼을 정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적당한 화면, 그리고 이것을 지탱하기 위한 도구로 이젤, 캔버스가 아니라 테이블과 종이를 택한 것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재료가 놓여 있다. 과슈, 수채, 색연필 등 종이 위에 올라갈 수 있는 대다수의 물감, 다양한 종류의 붓과 연필이 있다. 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업실만큼의 면적은 아니지만, 그의 테이블에는 그것들과 버금가는 스케일이 자리하고 있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