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닮은 그림
벽에 걸린 김, 이건 김이 아니라 그림이다. 어느 날 김밥에 대한 생각에 빠져 만들게 된 작업이라고 한다. 김밥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질감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곧 김밥의 속 재료들도 제작할 계획 있다고 했다. 준형은 그림이 요리 같다면 어떨까하는 말을 하곤 한다. 요리의 과정에 대입해보면 그의 작업이 더 내밀하게 보인다. 관객에게 향과 맛, 모양에서 호감 가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미소를 머금게 된다.
모습의 촬영 일정을 맞추고 방문하면서 준형의 테이블에는 요리를 위한 손질된 재료들이 놓여있다. 동료 작가, 공간의 운영자, 친한 형인 나의 방문을 위한 요리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늘의 요리는 찜닭, 처음 하는 요리라고 했지만, 신뢰와 믿음이 갔다. 작업실에서 묻어 나오는 그의 취향과 면모를 담기위해 방문했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요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마치 그림을 그리듯 이번 요리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지인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이유까지 다양한 대화가가 오갔다.
손질하는 과정은 물감과 붓을 고르고 전체적인 설계를 하는 과정과 유사하고 조리하는 과정은 완성을 향해 나아가면서 화면과 손의 끊임없는 대화가 오고 가는 몰입의 과정과 유사하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과정은 전시장에서 만난 관객들과의 소통과 공감의 현장과 같다. 요리 같은 그림과 그림 같은 요리, 이 두가지로 준형의 작업을 수사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고 싶다. 준형은 나름의 그릇과 범위, 부담되지 않는 모양으로 일상에 주어진 모든 것에게 자신의 속도를 대입하는 인물이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을 만큼의 시간과 공간을 향유하며 적당한 향과 맛을 음미하는 일상 연구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