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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온 Jan 16. 2024

첫걸음마

일단 하자!

 많은 사람들은 운동을 막상 시작하면 오히려 즐기면서 하지만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에 가는 단계가 가장 어렵다고들 말한다. 비가 와서, 몸이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등등 다들 핑계를 대며 시작을 미룬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라 항상 버킷리스트의 목표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막상 시작하거나 해낸 적은 없었다. 나의 다이어리 가장 첫 장에는 10년 전에도 지금도 운동하기, 독서하기, 외국어 공부하기, 다이어리 끝까지 쓰기가 내 목표로 적혀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기엔 왜 이렇게 매일 날씨가 좋지 않거나 몸의 컨디션이 운동하기에 좋은 컨디션이 아닌 건지, 독서와 외국어 공부는 왜 이렇게 시간이 나지 않는지, 다이어리는 왜 매년 1월만 지나면 정신이 없고 바쁜지. 나 역시도 기상천외한 핑곗거리를 대며 첫걸음을 내딛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JUST DO IT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슬로건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도 많이 봐왔고 들어봤지만 그 의미를 되새겨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는 문장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왜 그렇게 내 마음에 와닿았던지. 그 이후로 나이키의 JUST DO IT이 얼마나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마음에 어떠한 동요가 일어 행동을 굼뜨게 할 때 나는 의식적으로 이 문장을 입으로 소리를 내어 읊는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마음에 작은 행동력을 자극해 뭔가를 하고 싶어 진다. 일단 하라는 의미의 이 두문장은 내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아주 큰 지침판이 되어주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마음이 동요하거나 의지가 꺾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하지만 그 마음을 뒤로하고 일단 시작하기만 한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하게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몇 년 전, 노스다코타에서 지낼 때의 일이다. '런데이'라는 어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런데이'는 8주 동안 격일로 30분간 달리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이 8주 코스를 다 완주를 하고 나면 30분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체력을 길러주는 어플이다. 10년 동안 무엇이 되었건 운동을 하는 것이 목표였던 나는 우연히 알게 된 이 어플을 처음 시작하면서 날씨가 어떻든, 내 컨디션이 어떻든 무조건 나가서 무작정 몸을 움직이기로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흐려지면 박수를 한 번 치고 일단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갔다. 8주간 정말로 JUST DO IT을 실행한 것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운동을 가지 않기 위해 그렇게 온갖 핑계를 대던 내가 비가 오는 날에도, 바람이 부는 날에도,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나가서 뛰고 있었다. 그렇게 8주의 시간이 흘러 5분 뛰는 것도 힘들었던 내가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면서도 힘들다고 불평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 더 뛰고 싶은 욕심을 마음에 품는 것이 아닌가!


 사실 브런치의 작가가 된 것도 2021년도의 일이다. 얼마 전, 친구가 용기를 주어 2024년도의 목표로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연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려고 했더니 또 마음의 동요가 나의 행동을 가로막아 지금껏 글 하나만 올리고 다른 글을 올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작가 승인을 받은 것이 참 감사하고 설렜지만 작가도 아니고 뭐 하나 잘난 것이 없는 내가 과연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 스스로 검열하고 평가하느라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렇게 또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박수 한번 짝 치고 "일단 하자!"를 외쳤다.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실행으로 옮기면 놀랍게도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고 실행을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브런치의 수많은 다른 작가님들처럼 수려하고 멋진 문장을 쓰진 못하지만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연재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살아보니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련을 갖는 것보다는 낫다는 걸 배웠기에 이렇게 어렵게 또 한 발을 내디뎌본다.




 나는 여전히 생각도 많고 걱정도 사서 하는 사람이다.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뒤뚱뒤뚱 엉성하게 걷는 내 첫걸음마가 다가올 미래에 '그때는 그랬지.' 하며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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