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다 눈물 흘린 사연
-근육량 나쁨.
-고도 내장비만.
이것이 내 현주소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운동을 시작하고
내 몸을 보살피는 것이었다.
임신-출산-육아의 격변기를 거치며
정신없이 적응하느라 내 몸을 챙길 여유가 없었고
시간도 정신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막 대하며 있는 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것이
애달프게도 내 몸뿐이었다.
2년의 시간이 지나고
웬만한 풍파는 다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자
비로소 망가진 내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단 10개를 오르는 게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체력과
스트레칭 한 번 하지 않아 굳어버린 어깨.
두통과 피로를 늘 당연한 듯이 달고 살았다.
여름에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출근길에 나섰다가
만원 지하철에서 눈앞이 까매지며
기절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수많은 출근 인파 속, 계단 한편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면서 ‘이젠 정말 살기 위해
몸을 챙겨야만 할 때가 왔구나’ 생각했다.
마침 생일을 맞아 모처럼 용돈이 생겼는데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나에게 건강을 선물하기로 했다.
당일에 바로 요가학원을 찾아 6개월짜리 수업을
무리해서 등록했다.
이것부터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가 요가학원을 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주 3회 하는 밤 10시 수업이었다.
육퇴를 하고 씻지도 못한 채
10시 수업에 달려가 운동을 끝내고 집에 오면 11시 30분.
씻고 나면 12시가 되는 조금 무리한 스케줄이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올해 안에 운동을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았다.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라도 2주를 보내고 나니
시작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굳어진 몸과 울룩불룩해진 살을 제대로 마주하고
쩔쩔매며 애쓰는 거울 속 나를 바라보는 경험은
안쓰러웠지만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명상을 함께하는 요가의 특성상
어느 날은 울컥울컥 하다가 선생님을 안고 울기도 했다.
정말 숨 가쁘게 바빴던 나날이 떠올랐다.
엄마, 직장인, 와이프, 며느리 등
당장 해야 하는 수많은 역할에 치여
기지개 한 번 제대로 쭉 필 여유조차 없도록
나를 몰아세웠다.
나는 나에게 한 조각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 오로지 내 마음과 정신에 집중하면서
진정으로 수고했다 토닥이는 방법을 알았다.
그 순간이 큰 위로이자 감동으로 다가와 눈물이 흘렀다.
운동을 하며 기대하지 않았던 일인데
요가와 함께하는 명상에서
나는 온 우주의 에너지를 온전히 내가 받는 듯한
신비한 기분을 느꼈다.
굳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운동하러 나오는 것은
큰 효과가 있었다.
바짝 움츠리고 한 없이 웅크렸던 굳은 몸과 마음을
비로소 활짝 펴내는 시간이 되었다.
명상을 유도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내 마음속 심연의 구석에 대책 없이 무너져있던 나를
부드럽게 일으키는 나긋한 음성으로 다가왔다.
그 따스함에, 빛 한줄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나를 얼마나 외면하고 있었나.
나에게는 지난 2년이 얼마나 힘들고 큰 변화였던 것인가.
절절하게 다시 한번 느끼며
이제는 내 건강과 마음을 방치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미뤄왔던 치과, 부인과 등 각종 검진을 받고
역시나 이상이 발견된 부분을 하나씩 치료했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과자와 배달음식에서 멀어져
단백질, 과일 등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다.
단순히 다이어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짜 건강을 위한 ‘잘 살기 위한’ 운동을 지속하려고 한다.
행복하려면 건강은 필수임을 건강을 잃고 나서야 느낀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내년을 위해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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