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의 이별, 겨울로의 초대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기 시작하자,
오전에 떠오른 빛의 결이 발밑에 펼쳐졌다.
차가운 흙길 위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
바닥에 깔린 낙엽의 마지막 숨결,
햇빛을 머금은 나뭇잎들의 오래된 온기가
오늘따라 더 또렷하게 보였다.
걷기를 시작하자
살짝 차갑고 단단한 흙의 감촉이
발바닥을 천천히 깨웠다.
겨울 문턱의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서도
햇살은 여전히 가을의 잔향을 품은 채
내 몸을 덮어주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 그림자들이 길게 선을 그었다.
그림자 속을 천천히 걸으며,
내 안의 호흡도 따라 깊어졌다.
빛과 익어가는 단풍과 동화된 채
숨을 깊게 마셨다.
숲 사이로 비치는 빛이
낮게 걸린 태양과 부서지며
아직 끝나지 않은 계절의 마지막 장면처럼
아름답게 흘러갔다.
앙상한 가지 위에서는 직박구리들이
조용히 무리를 지어 날아다녔다.
소리 하나 없이,
마치 오늘의 침묵을 함께 지켜주는 것처럼.
나는 사진을 찍으며 지금 이 계절의 가장 부드러운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었다.
스쳐가는 빛과 그림자,
땅과 하늘이 맞닿는 지점의 고요한 떨림,
지금에 나는 빛과 그림자, 가을을 떠나보내고
겨울을 초대하는 바람과 조우하며
나는 잠시 멈춰 선 채 존재하기 위해 호흡에 마음을 실어 보냈다.
오늘의 산책은
걷는다는 행위보다 ‘머무름’에 가까웠다.
아직 놓지 못한 가을과
천천히 익어가는 겨울 사이,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고
이 부드러운 전환의 계절을
오롯이 내 안으로 받아들였다.
오늘의 고요하고도 찬란한 빛과 걸음이,
나에게 작고도 아름다운 평온을 선물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