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유모차' 라이더입니다.

언제인지 모를 그날은 '봄'이 맞을까요

by 이문희

성인 걸음으로 10분쯤 소요되는 아침 등원길


마음은 바쁘지만 행동은 늘 느린 '백수건달' 아줌마는 두텁게 중무장한 아들을 유모차에 태워 등원합니다. 걸어서 등원하면 아들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도 자세히 들여야 봐야 하고, 돌멩이도 주워가야 합니다.


엄마 속이 터져나가니 '유모차'에 태워 파워 걸음으로 등원하는 것이 편한데, 종종 다 큰 아들을 왜 유모차에 태워 다니냐는 핀잔은 보너스로 주어집니다.






유모차를 밀다 보니 손 끝이 너무 시려, 장갑은 필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겨울에 사용할만한 마땅한 장갑이 없다 보니 오토바이 탈 때 쓰는 장갑을 사용 중입니다.


사진에 표시된 부분은 유독 튼튼하게 마감처리 되어 있습니다.


오토바이로 주행 중 넘어졌을 때 본능적으로 손바닥으로 바닥을 주-욱 밀어버릴 수 있기에, 저 작은 면에도 나름의 명확한 이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는 생각보다 간단한 이동수단이 아닌 준비과정이 대단히 복잡한 '취미'입니다.


보호대가 들어가 묵직하고 불편한 상의를 입어야 하고, 골반/무릎 보호대가 들어간 하의는 군용 텐트 및 낙하산을 제작할 때 사용되는 질긴 케블라 섬유가 포함되어 있기에 활동성이 편리한 제품이 아닙니다.


발목과 발등을 지켜 줄 부츠는 오래 걷기엔 다소 불편합니다.

손을 보호해 줄 장갑, 풀 충전된 통신용 블루투스, 헬멧, 바라클라바, 충전기, 충전선 기타 등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쾌적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아들을 등원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치열한 계산이 멈추지 않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시간배치와, 순서를 잘 짜두었지만...

계획은 늘 그럴싸합니다.

복병 같은 '무엇인가'가 끼어들기 전 까지는 말입니다.


결국 오늘도 '병원 일정' 예약을 변경하고 더 중요한 일부터 처리키로 했습니다.












아들을 등원 후 괜히 핸드폰을 열어보았습니다.


누구 엄마 잘 지내나... 누구 동생 지금 뭐 하려나?

나누고 싶은 근황이 한가득이지만 이내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습니다.


지금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와 햇살 좋은 봄에 잘 정비되어 준비되어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어느 날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언제인지 모를 그날은 확실히 '어둡고, 외롭고, 괴로운' 시간들을 끝끝 내 치열하게 겪어 낸 모습인 것만은 분명히 그려지는 걸 보니 계절로 따지면 '봄'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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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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