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나는 아마 무대 위였다
사람들은 낙엽 컨페티를 하나 둘 챙겨 나갔다
내 몫의 낙엽은 없어 다음 계절이 올 때까지 손뼉을 쳤고
오른손이 왼손을 치는 건지 왼손이 오른손을 치는 건지 박수를
치는 건지 나를 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갈 수 없다
차가운 담배 냄새
하늘 회색 스모그가 커튼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관객이 없다는 점에서 진정한 일인극이라는 연극 <까끌한 우울>
(불이 꺼지고, 달팽이의 박수)
#S1. 겨울, 새벽
겨울비가 안개처럼 내린다 가로등 아래 눈꽃으로 핀 거미줄 못 같은
잔디를 밟는다 네가 좋아하던 풀 냄새 아스팔트에 천사처럼 누워 하얀
염화칼륨과 몸을 비빈다 따뜻함엔 따가움이 따르는 법 시상이 넘실대는
새털 조명이라 생각한다
겨울엔 나갈 수 있겠지
(장막이 내리고, 박수)
다시 나의 등장 어두운 저편에 엄마가 있다
나를 위해 박수 쳐 준?
# S2. 봄, 아침
벚꽃은 슬퍼 비틀린 네 목 위에 피어 있던 꽃을 닮아서 녹아버리고 싶게
하니까 너는 내게 속삭였어 나는 널 저주하는 거야 까끌하라고. 그런 거라면
성공 나 어쩌면 꽃을 피울 것 같은데 엄마?
나갔네.
나는 다시 눕는다
까끌한 우울
(장막이 내리고, 박수는 아직 없음)
#S3. 여름, 저녁
인간이 주스가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더라 숭고한 자세로 널 들어 올리던
나 네가 녹고 있다 생각했는데 여름엔 나갈 수 있을까 생각보다 강력한 네
저주 리치 맛 순간접착제 누군가 내 손을 잡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문
앞까지 팔을 늘여 놓았다
늘어진 튼 살 위에 물파스 바르기 민트 향 비누 눈동자 서핑하기 매년 여름
놓칠 수 없는 것들
녹을까 오를까
나는 어쩌면 무대 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