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무 이상했던 사무실 입주 첫날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by 오로라

안내받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원래 2인 사무실인데 내가 첫 입주였다.


사실 계약 당시엔 누가 있다고 들어서 그렇게 예상을 하고 갔는데 아니라고 했다. 창문이 있는 사무실엔 빈책상과 의자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나야 뭐 더 좋지 하면서 인사하고 문을 닫았다.


매니저가 나간 사무실은 고요했다. 분명 옆방, 앞방에 사람이 있었지만 큰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 바로 옆 사무실은 스튜디오로 쓰는 곳이라 그날은 비어있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봤다. 기분이 이상했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켰다. 앉아서 뭘 해야 하나 싶었다. 인터넷을 열어 몇 가지 서치를 하다가 사무실을 나왔다. 동네에 뭐가 있나, 편의점은 어디인가, 간단히 먹을 점심대용 샌드위치라도 사 올 요량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였지만 아직 그렇게 덥진 않았다. 동네를 골목골목 거닐어 보다가 편의점에 들러 음료와 간단한 과자들을 사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배를 채우고 보니 에어컨이 너무 강하게 들어왔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이 정도면 되었다 싶었다.


너무 어색했다.

나 말고 이방에 아무도 없다. 금요일까지 사무실에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나 홀로 이 공간에 앉아있다. 아이도 가족도 회사동료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전화도 안 걸려온다. 메신저도 조용하다.


나에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지시하거나 미팅요청을 하는 이도 없었다.


나는 진짜 오롯이 혼자였다.

그렇게 원하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20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점심도 내 마음대로 먹고 싶으면 먹고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었다. 피곤해서 눈을 감아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었다.


옆 책상에 의자를 빼서 다리를 펴고 눈을 감았다. 정말 엄청난 호사를 누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싱숭생숭해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니 오늘은 정리하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 2시가 좀 안 됐던 거 같다.


내일은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을 좀 더 챙겨 와야겠다는 생각에 목록을 간단히 메모하고 노트북이랑 다시 가방에 챙겨서 사무실을 나섰다.


이제 정말 나 혼자였다.






keyword
이전 11화자고로 내 사무실이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