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가 40살 이모에게 명상을 권하다.

아이의 미래가 참 궁금하다.

by 오로라

내 친 여동생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같은 주택의 다른 홋수.

아이가 태어나고 1년이 조금 못될 때까지 동생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리고 동생은 옆옆집이 전세로 나왔다는 얘길 듣고 이사를 해서 반독립을 했다.


본인의 집을 가려면 출퇴근 시 우리 집을 거쳐가야 하기 때문에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출근, 퇴근, 중간중간 자주 집에 들른다. 저녁도 약속이 없는 이상 거의 함께 먹는다.


어제는 동생네 집에 잠시 머물고 있는 사촌여동생과 동생이 집에 왔다. 한바탕 신나는 윷놀이를 끝내고 아이와 두 이모들이 거실에서 배고프다며 2번째 저녁을 먹고 있었고 난 방안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도란도란 간간히 소리가 들리는데 아이가 이모들에게 명상이 어쩌고... 하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분명,

8살 아이가 마흔이 다 된 이모들에게 명상이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 가족톡방에서 동생에게 물었다.

"00아, 어제 아이가 명상 어쩌고 하던데 뭐라고 한 거야?"


그랬더니

아이가 자신들에게 자기 전에 calm 명상을 들으면 좋다고 얘기해 줬고 이모들은 정적인 건 자신들과 맞지 않다는 얘길 했다고 했다.


아이와 calm명상 앱을 함께 듣기 시작한 건 2022년 11월 중순즈음이다. 11월 초에 구매대행 강사님이 명상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 주시면서 2년 전 소녀시대 티파니 님 덕에 깔았다가 10번도 채 열지 못한 calm앱을 다시 깔아서 구독했다.


하지만 아이와 식구들과 함께해야 하는 40대 맘이 중간에 시간을 내서 명상을 하기가 생각보다 힘들어서 명상할 수 있는 시간,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웠을 때가 제일 좋을 듯했다.


아이는 스펀지 같다. 좋은지 싫은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명상어플을 열었다고 부동자세로 어른의 명상법을 지키라고 했으면 아마 하지 않겠다고 했을 수도 있겠다. 다행히도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잠들기 전 책 읽기를 시작했을 때 책을 읽고 난 후 불을 끌 때쯤 유튜브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었었다. 비 오는 소리, 찌르레기 소리, 장작불 타는 소리, 시냇물소리 등등. 그 소리를 들으며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잠들거나 도저히 잠을 이룰 생각을 못할 정도로 수다가 계속되면 이제 그만 자자하고 다시 소리에 집중하곤 했는데 그러노라면 어느새 잠이 들어있었다.


calm 어플을 시도할 때에도 어플의 배경화면과 소리를 직접 앱을 열어 들어보게 하고 직접 고르게 했다. 그리고 적당히 짧은 5분~10분짜리 명상어플을 재생해 보고, 키즈를 위해 마련된 동화도 들어봤다. 명상앱을 열어놓고 있으면 오늘 하루종일 의식하지 못하던 호흡을 좀 더 깊숙이 길고 천천히 뱉으라고도 하고, 얼굴과 몸의 각 부분에 힘을 빼라고도 하고, 생각을 멀리 던져 버리라고도 하거나 오늘 하루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고도 해주는데 아이가 그 내용에 얼마나 집중하는지는 몰라도 그 목소리와 배경소리 분위기, 그리고 호흡을 하고 있는 나를 따라 하는 그 행위자체에 즐거움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한 10~20분 정도 있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잠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기분 좋은 경험을 몇 번 반복해서 하고 나니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자려고 불을 끄는 순간이면 아이가 먼저 calm을 틀어달라고 하거나 자신이 직접 열어서 오늘들을 명상 멘트를 직접 고르기도 한다.


한동안 명상은 집중을 하기 위해 하는 것인 줄 알았었다. 그래서 자세도 부동자세를 취하고 한참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 역시도 명상의 좋은 점을 느끼기도 전에 부담스러워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명상이 집중을 하기 위함보다는 산발해서 날뛰는 생각들은 조금 차분하게 다운시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걸 안다. 그래서 명상을 할 때 최대한 그 소리에 집중하려고도 하지만 아이와 간간히 이야기도 하고 키득거리기도 하고 자세도 바로 누웠다가 자신이 젤 편안한 자세로 듣자고 하면서 편안하게 그 시간을 채우고 있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알아갈수록 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변화하는 내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을 어느 누구에게서도 배우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생각했고, 내가 40살이 넘어 좋은 것을 알게 된 이 명상을 내 아이는 8살에 시작하고 있다.


아이가 미래의 삶을 어떻게 살아낼지 정말이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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