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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Oct 23. 2023

사과꽃을 볼 때면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 날들

사과꽃이 눈처럼 떨어진다는 것을 안다.

차창 밖 멀리 시선만 두었지, 눈에 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각에 몰입해 있던 때.

나는 도통 풍경을 보아내질 못했다.


보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닌데, 온통 다른 장면들이 괴롭게 뒤섞여 미처 볼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날은 하얀 꽃이 흩날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내 눈에 담기고야 말았다.



저건 무슨 꽃이에요?


사과꽃, 사과나무가 이 근방엔 지천이지.



사과꽃이 눈처럼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꽃잎이 땅에 닿기도 전에 눈물부터  떨어졌다. 아름다운 줄 알고 집어든 그림책 <사과꽃>이 총소리로 시작하는 바람에 뒤이은 책장을 쉬이 넘기질 못했던 어느 날이 그랬듯.

그림 같은 장관을 목전에 두고도, 미소대신 흐른 눈물에 놀라기는 매한가지다.


이미지출처. 그림책 <사과꽃>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너무 오랜만에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던 2012년 어느 날.


꽃이 예뻐서 운 건지, 내가 가여워서 운 건지

아직도 나는 엇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그날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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