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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09. 2024

며느라기를 당차게 만드는 OO

명절준비, 며느리의 뇌구조


- 엄마가 우리 집 셋째가 되는 시기
- 평소와 달리 부쩍 자주 씻는 시기


전자는 아이들 표현이고, 후자는 남편 것이다.

여성용품을 교체하는 모습에 문화충격을 받은

여섯 살 둘째가... 엄마는 다 커서 어째 기저귀를 여태껏 차고 다니냐고. 이제 자기 동생 하라던 날부터, 생리 때마다 나는 이 집 셋째가 된다. 정신적으로도  손색없다.


태생이 몸을 단장하거나 목욕재계하는 데에 시간투자를 꺼리는 여성이라, 남편은 특정 시기 에만 유독.. 수시로 씻는.. 날 보며, '그거 꽤나 찝찝한가 보네?' 라며 여성들의 불편에 겉치레로 측은함을 전한다.


생리기간은 내게 정신적 회춘과 육체적 깔끔함을 동시에 선물하는 특별한 시기인 셈이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운동하기에 참 부적절하다는 점. 생리통이 주로 허리통증이다 보니 새우등을 하며 웅크림으로 견디는 복통과는 달리, 척추를 반대로 꺾어 버틸 방도란 없다.

출산과 함께 생리통이 사그라드는 여자들도 꽤 많다더니, 어째서 아이는 낳을수록 매달 통증이 가중되는 느낌은... 흠.. 늙어서 인가? 


더욱이 생리 때마다 동반되는 두통에 빙빙~ 만신창이 모드.

겠다.



운동을 걸렀다.


감기면 마스크를 하고 죄다 테고,

장염이면 지사제라도 들이붓고 냅다  나인데...


이건 뭐.

지혈작용도 어려운 출혈 아닌가!

참, 징글징글하다. 



하루는 선생님의 부상으로..

다음 날은 나의 출혈로...


이틀을 기력 없이 보내고 나.


새벽같이 's' 부칠 그날이 왔다.

운동은 운동대로 못하고,

[벙어리 며느리]로 변신하여, 곱디곱게 전s들을 부치다 보니.. 어머! 다소곳!

나란 사람 어땠겠나.


이러다 시름시름, 앓아 눕겠다.



연휴 동안(센터휴무), 운동해야겠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라던 스승님의 말씀이 떠올라

이전. 저전.  잔뜩 부치다 말고 슬쩍 여쭈었다.


 몸은 현재 퀘퀘해도~  

스승님은 역시 (유)(흔)하다. 야호.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보다 심혈을 기울여

애호박을 자른다. 10분 전만 해도 몹시 기력 없던 그녀는 이미 양손에 뒤집개말고 덤벨을 든 양, 파이팅 넘치게 부침가루를 묻힌다.

구석구석 꼼꼼히도 계란을

처바르고 야무지게 굽자. 으흐흐.



어머니이, 이제 동태전 할까~요호?


흘낏 곁눈질로 '나 놀란 건 아니다~ '싶은 눈빛을 내게 보내신다.

 

흠... 목소리가 너무 당찼나?





저놈의 목기를 다 채울 음식들을 해치워야 하므로

비록 운동을 가려면......

몇 시간 후가 될 런지 기약은 없으나..

표정이 몹시 밝다. 거울 없이도 내 입꼬리, 상상이 간다. 충성을 다하고 이따 운동 가즈아~~!

그 후로 오랫동안 찌든 생리통과 전 부치기로 잔뜩 굽은  허리를 펴 내질 못했으나..


매느리의 빡센 과제에 대한 보상의 순간이 온 ,

집을 나섰다. 낮에 먹어 둔 등심에게 노크하고,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이제,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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