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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Jul 18. 2024

학원비보다 중요한 OO비용

유난스러운 엄마의 선택

우리 사이는 제법 적절하다.

오디오가 비는 걸 결코 용납하지 못하는 여자,

식도를 타고 하강하는 음식의 흐름(의식의 흐름 아니다)이 끊어지면 큰일 날 여자.

이 둘이 마주 앉는다.

간단한 답변을 제외한 92% 정도를 그녀가 말하고,

음식의 90%  이상을 내가 먹는 한결같은 풍경.

(그녀도 먹고 싶긴 하겠지만  도통 먹을 시간이 없나 보다.)


"아이고, 윤미야~~~ 우리 윤미 잘 묵네!"


젓가락 스냅 내지  맨손체조의 일환이 되어 버리는 식사. 속도가 붙을수록 격려를 얹는 덕에 나날이 내 식성은 업그레이드되지만 정작 내가 PT를 시작하게 된 까닭 또한 누구? 그녀 덕분이다.

딱 하나!
하니까?
숨이.. 숨이 쉬어져.
드럽게 힘들잖냐. 숨이 차니까 숨을 좀 제대로 쉬어야겠더라고. 그동안 마음은 숨이 차도 몸이 한없이 가라앉아서 호흡이란 걸 해 볼 겨를이 없었잖아.
물리적으론 숨이란 걸 쉬는 법을 그간 몰랐던 건 아닐까? 싶더라.

윤미,
' 다시 ' 운동해!


장마철이라 안구습도 마저 수시로 높아지는 축축한 계절. 벌건 눈두덩이 인근, 그렁그렁 하기만 여러 차례였는데 간만에 죄책감없이 배수. 시원하게 울었다.

차마 귀한 이들의 마음까지 잿빛으로 물들이고 싶지 않아 주춤하던 내게 "다시"를 알려준 사람.


아! 운동.

했었지. 그거.

맞다. 운동이었지!


그렇게 한동안 명도는 갖춰도 채도란 묘연했던 낯빛을 더는 감추지 않기로 하고 센터 문을 두드린  언제인가. 매년 기념일 삼을 만 하다.



운동을 배워서 한다는 것은

입으로 말을 뱉는 이와 입으로 음식을 삼키는 이의 조화로운 식사만큼이나 뉘 집 아줌마들에게도 적절하다. (아저씨라고 해당 없을까만)


하지 못할 이유란 이미 다채로우리라.

운동해~!라는 어줍잖겠지만 궁극엔 은혜로울 잔소리에 답할 준비란 24시간 완비되어 있을 것을 안다. 다 계획이 있고 다 이유가 있는. 못한다고 해얄 지 안 하는 거라고 할지.


부족한 시간 못지않게 주로 취하는 컨셉이란 '비용'아닐까? 나라고 다르진 않았었다. 스스로를 위한 일이라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출처. 픽사베이



우리네 부모들?

필요를 확신하지 못하는 이른 시기에도 자녀에게만큼은 1:1 코칭의 쓸모를 버젓이 대입하지 않나?

반면, 시급한 시기가 와도 투자의 대상이 본인이 되는 것에 대한 멋쩍음 내지 사치스러움으로 치환되는 게 엄마들의 운동코칭이라 많이 아쉽다.


망설이기를 수년 하다 보면 머지않아 경험으로 알게 될 일이  하나 있으니,

'배우려는 몸뚱이''아픈 몸뚱이'[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거다. 후자가 곱절은 더 규모가 큰걸 누가 모를까? 이 점을 머리 말고 온몸으로 깨닫기까지가 참 오래도 걸린다.


어느 날 갑자기 침상에 눕거나, 중병에 걸려

통장잔고 쫄아드는 리듬마저 근육량 소실 속도를 쫓아가고야 말면 그제야 운동에 투자하는 편이 나았겠다 말하리.


부모의 간병비 탓에 안팎으로 소란했던 자녀라면

나를 위해 바들바들 나름 고액결제를 하는 날이 오더라도 속 시끄러울 리 없을 거다.  

운동코칭이 주는 이로움과 비용절감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PT비용은 이제 내게 아이들 학원비보다 중요한 투자가 되어 버렸다. 병원에 머물거나 돌봄 비용 부담을 미래의 내 아이들에게 지우는 엄마가 되지 않기로 한 거다.


새삼 조금 유난이라 비쳤을

나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이미지출처. 동아일보 DB, 픽사베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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