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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Oct 09. 2017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다 잠이 든 밤.

기대앉은 벽 건너편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다 잠이 든 밤. 난 꿈속에서 문 닫힌 방 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방, 기대앉은 벽 건너편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벽에 귀를 대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무엇을 이뤄냈으며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자서전이라도 읽는 듯, 혹은 자신의 삶을 되짚는 듯, 자세하고 막힘없이 한 사람의 생애를 이야기했다. 당신의 목소리엔 애틋함과 그리움이 가득했다. 난 그 사람이 부러웠다. 당신과 그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당신은 이야기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일부러 말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인 걸까. 만난 적 없는 사람을 그렇게 그리워할 수 있을까. 혹시 다른 사람인 척 돌려 말한 건 아닐까.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가던 당신이 불현듯 입을 다물었다. 한참을 말이 없었다. 문득 당신이 가버린 건 아닐까 불안했다. 입을 열어 당신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꿈에서 깼다. 꿈에서조차 난 당신을 부를 수 없었다.

전화가 오면 오늘 꾼 꿈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오늘 밤 꿈에선 내가 당신의 누군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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