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뼛쭈뼛, 삐거덕 삐거덕.

[회원님! 숨을 쉬세요, 숨!!]

by Oroxiweol

아직 반팔로 갈아입지 못한 4월의 어느날.

오랜만에 만나 친한 친구와 여느날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 이번에는 진짜 올해 가기 전에 살 좀 빼보려고."


"우리가 운동을 안하는 것도 아닌데, 왜 몸은 그대로 일까?"


"그래서, 나 이번에 완전 새로운 운동 알아보고 있잖아."


"뭔데 뭔데?!"


"킥복싱--! 동네에 알아보니깐 괜찮아 보이는 킥복싱 체육관이 있더라고."


해가 바뀌면서 퇴사를 한 친구는 마음을 제대로 먹고, 운동을 알아보고 있었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킥복싱'이라는 세 글자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사실, 복싱은 꽤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운동이었다.

다만, 성격상 운동은 혼자 하는 것이 제일 편했다.

헬스장도 혼자 가고, 등산은 언니랑 가고, 러닝도 혼자 하고.

나에게 운동이란 그런 것이었다. 자신만의 싸움. 혼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나에게 다이어트가 어려운 이유는 음식이었지, 절대 운동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운동을 왕창 하고 음식도 왕창 먹어서 문제였지.

하고 싶은 운동은 참 많았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운동, 어딘가에 가서 배우는 운동에 대한 거부감과 용기가 없었을 뿐. 하지만 이번에 마침 친구랑 시간이 맞아서 킥복싱을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00아, 우리 킥복싱 배우러 같이 갈래?"


친구는 무조건, 당연히 콜이었다. 그렇게 나는 난생처음으로 체육관 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물론 가기 전에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은근 조심성이 많은 성향이라서 내가 갈 체육관의 위치, 수업 방식, 체육관 분위기, 관장님의 수업태도에 관한 후기. 내가 다니게 될 체육관을 검색하면 검색할 수록 하루라도 더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괜찮은 후기가 잔뜩이어서!!

검색을 멈추고 다음날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은 집에서 도보로 15분? 20분 정도. 친구와 만나 수다떨며 걷다 보면 금세 도착해 있었다.


동네라서 익숙한 건물의 3층. 우리는 계단을 올랐다.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문을 열고 인사를 했다. 아직 샌드백을 쳐보기는 커녕 글러브도 끼지 않았는데, 이쪽저쪽에서 들려오는 발차기 소리, 쉐도우하며 입에서 나는 소리. '팡팡-!' 미트 치는 소리. 묘한 쾌감과 짜릿함이 드는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아,,, 지금이라도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도망가고 싶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리 없는,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시는 관장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회원분들.

도망 따위는 없었다. 이제는 실전이다. 복싱장에서는 늘 맨발이었다. 탈의실에 들어가서 양말을 벗어 가지런히 사물함에 넣어두고, 스트랩을 감는 법부터 배웠다. 이제 시작이었다.

글러브를 끼기 전에 손에 스트랩을 칭칭 감는데, 그 방법도 익숙하지 않아서 감는데만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버벅거렸다. 그래도 스트랩을 감고 있자니 내안에서 무언가 비장함이 올라왔다.

어디선가 록키 OST인 Bill Conti - Gonna Fly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무튼, 친구와 긴장감과 어색함에 동공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스트랩을 감았다.


Photo by Oroxiweol.


흔히 복싱을 배운다고 하면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이 '줄넘기'이다.

실제로 그런 체육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체육관은 아니었다. 선수가 목적이 아닌 다이어트, 취미, 체력증진 등 다양한 이유로 체육관을 찾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재미를 붙이는 게 중요하다고 관장님이 설명하셨다. 아마, 정말로 줄넘기만 몇 개월을 했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지도 않겠지.


고등학교 졸업 후 거의 처음 해보는 줄넘기. 아니지 아마 고등학생때도 줄넘기를 많이 할 일은 없었을 거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줄넘기라서 그런지 1분씩 3세트를 하는데도 종아리가 터져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힘들었다. 초반에는 줄넘기 3세트만 해도 목에서 피맛이 나고 너무 죽을 것 같았다.

나름 혼자 운동을 꾸준히 해서 체력은 자신있었는데, 첫 날 줄넘기를 하며 나의 진짜 체력과 마주했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 속에 줄넘기라는 수련을 마치고 나면 서킷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정말 다행히 그동안 혼자서 깔짝깔짝 근력운동도 하고 흥미있어해서 그런지 다같이 하는 고강도 근력운동인 서킷 트레이닝이 참 재미있었다. 회원들에게 진심인 관장님을 만난 덕에 매 수업 다양한 서킷 트레이닝이 기다리고 있다.


서킷 트레이닝이 끝나니 들려오는 관장님 목소리.


"자, 이제 다들 글러브 끼고 모이세요-!"


두근두근, 이제 진짜 시작인건가. 친구와 나는 첫날이니만큼 동작부터 익혀야 했다.

귀염귀염 선하게 생기신 여자 코치님을 따라(펀치력과 발차기 실력은 외모와 정반대였다.) 쭈뼛쭈뼛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도 어색, 글러브를 끼고 자세를 잡는 내 모습도 어색.

'으악-!'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이 어색함을 깨부수고라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양손을 턱앞에 두었다. 왼발은 앞으로, 오른발은 살짝 틀어서! 이게 기본 동작이었다. 그리고 코치님을 따라 원투와 잽을 날렸다. 왼손을 뻗으며 원, 오른손을 뻗으며 투. 다시 왼손을 뻗으며 잽!

이때 한 손을 뻗을 때 다른 한 손은 가드를 올리고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마음과 다르게 자꾸 내려가는 가드. 첫 수업은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기본동작만 했는데도 긴장을 하며 자세 유지를 하다 보니 땀이 났다. 그와중에 기존 회원들은 정말 멋있었다. 나도 빨리 저렇게 시원하게 잽을 날리고 발차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꿈꾸며 체육관 등록을 완료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