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장들.

by Oroxiweol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지난 저녁 오랜만에 소주를 마셨는데 다행히 숙취는 없었다.

밤새 비가 내리다 말다 했지만, 점심을 먹고 나니 멀쩡해진 날씨.

하늘은 여전히 조금 흐렸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는 날씨.

열어 놓은 창문으로 기분 좋은 찬바람이 불어온다.

얼지도 녹지도 않을 온도로 불어오는 바람.

코로 숨을 힘껏 들이마시고 눈을 감았다가 뜬다.

가만히 허공을 응시해 본다.


떠오르는 문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끝내 이어지지 않고 끊긴다.

어떻게든 단어와 단어를 조합해 멋지고 뭉클한 문장을 만들고 싶었는데,

완성되지 않고 끊긴 문장이 우리 같다고도 생각한다.

이어질 듯 말 듯. 연락이 닿을 듯 말 듯.

기승전결이 있는 매끈한 문장이, 한 문단이 완성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머릿속에서만 맴돌다가 사라져 버린 우리의 문장들, 장면들.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머리 위에 떠오르자 우리는 바다를 떠올렸다.

쨍한 날씨의 잔잔한 바다보다는 흐릿한 날씨의 높낮이 있는 바다를 좋아하던 우리.

겉옷 하나 대충 모래 위에 덮어, 그 끝이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던 우리.

돌아오던 기차의 차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낭만이 되고,

그 사각 프레임에 나란히 앉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늘 주어는 빼놓고 목적어와 서술어만 말하는 내 곁에서 너는 항상 주어를 넣어 문장을 완성시켜 줬었는데.

그렇게 한 문장이 꼬옥 완벽하게 들어맞았는데, 아마 이제는 네가 없어 문장이 완성되지 않는가 보다.

다시는 읽을 수 없을 우리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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