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추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게 오던 널 그려본다.
봄날에 딸기맛 팝콘 같다고나 할까.
가을날 달고나맛 낙엽 같다고나 할까.
그 어떤 맛을 건네주어도 온통 다디달기만 했던 날들.
혀끝부터 치아 구석구석이 달다 못해 아리던 순간들.
쳐다보지도 않던 꽃가게의 쇼케이스를 힐끗거리고.
사랑이야기 그득그득한 시집을 잡아본다.
네모 상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내 일상이 되던 날들.
백지 위에 정갈하게 쓰인 문장들이 내 일기가 되던 날들.
찬란한 분홍색의 향연을 바라보며
바삭하게 바스러지는 낙엽들을 생각한다.
따뜻한 봄날은 꽃샘추위를 데려왔고,
겨울 공기를 실은 낙엽은 바삭하게 부서진다.
시선 너머에서.
발끝에서.
넌,
봄날에 꽃잎이었나,
가을날에 낙엽이었나.
그도 아니라면.
곧 시려질 겨울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