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통로를 지나가고 있는 나는.

by Oroxiweol
DSC00552.JPG photo by @Oroxiweol



시작이 같은 감정이었다고, 마지막까지 같은 표정을 짓지는 않는 거였다.

조금씩 미묘하게 벌어진 틈을 비집고 진심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진심은 같은 진실을 만들었다.


멀어지면 괜찮을 줄 알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그 흔하디 흔하고 진부한 마법의 문장을 믿었다.

진심은 그냥 믿고 싶었던 거겠지.


웃기게도 웃기다 못해 스스로가 우습게도

닮은 뒷모습을 보면 심장이 내려앉았고

비슷한 음률이 들려오기라도 하면 곁눈질을 했다.



봄이 계절의 통로를 지나고 있다.

비의 기세에 못내 고개를 떨군 꽃잎 하나하나는

다음 계절에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가는 봄을 어찌 붙잡고 오는 여름을 무슨 수로 막을까 싶다가도.

너는 봄이기도, 여름이기도, 가을이기도, 겨울이기도 했으니.

지독하게도 사계절이 온통 너였으니.

가는 봄이 무슨 의미이고, 오는 여름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어졌다.


하나의 진실 앞에 서있는 지금, 여전히 통로를 지나가고 있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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