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아픈 아이, 내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다
첫 아이는 특별했다.
압구정동 유명 산부인과를 찾았고 시어머니와 강남 일대 이름 좀 있다는 산후조리원 수 곳을 돌아다녔다. 수백만 원짜리 산후조리원이 유행처럼 생겨날 때였다. 방문하는 조리원마다 '산모님~'으로 불리며 대접받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봉긋 불러 오른 배 덕분이었다. 발품을 팔아 조리원을 고르고 또 골랐다.
“아이 열이 39도예요. 떨어지질 않아요.”
겨우 눈을 붙였는데 한밤중 조리원 직원이 날 깨웠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 새벽에 남편과 시부모님을 불러 소아병원에 갔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이를 두고 와야 했다. 생후 13일. 요로감염이었다. 황달도 심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다룰 때 뭔가 위생적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의료사고는 심증만 있고 물증을 찾기 어렵다. 환자와 그 가족만 마음이 문드러진다. 조리원에 미리 낸 돈이 아까워 집에 갈 수도 없었다. 아이 없는 방 안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데 좁고 어두운 조리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 고민해서 결정한 조리원이었는데 그땐 왜 이런 게 안 보였을까? 조리원은 어설펐고 초보 엄마는 더 어설펐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를 보러 하루 두 번 한강 다리를 건넜다. 하필 면회시간은 출, 퇴근시간이었다. 말도 못 하는 아이를 창 너머로 보기만 했다. 말 못 하기는 아이나 울고 있는 어미나 마찬가지였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간호사 품에 안긴 아이를 쳐다보고 다시 한 시간 넘게 달려 조리원으로 돌아왔다. 하염없이, 소리 없이 울면서.
큰 아이는 자주 아팠다. 어찌 그리 잔병치레를 하던지 유행한다는 병은 다 걸리는 듯했다. 아이가 세 살 되던 해 수족구병이 돌았다. 중국에서 수족구병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영아가 목숨을 잃었다. 국내 첫 사례였다.
"어미야, 00이 수족구란다."
한창 일하는데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사는 막아야 했다.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게 자판을 두드려대는데 눈물이 툭 터졌다. 어제부터 아이는 도통 밥을 먹지 못했다. 밥을 주면 짜증을 내며 울었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반찬 투정한다며 아이를 혼냈다. 알고 보니 입 안에도 수포가 솟아 있었다. 얼마나 따갑고 쓰라렸을까. 평소 밥투정하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왜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아이를 닦달한 게 미안했다.
아이에게 감기는 일상이었다. 동네 소아과에서 낫질 않아 옆동네 병원을 찾아다녔다. 이렇게 항생제를 달고 살아도 되나. 항생제 안 먹여도 며칠 잘 먹이고 수분 공급 잘하고 잘 자면 감기는 낫는다는데. 항생제를 줄 때마다 늘 주저했다. 먹일까, 말까. 고민하다가도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거세지면 항생제에 절로 손이 갔다. 폐렴으로 악화될까 두려웠다. 그리도 약을 먹였건만, 아이는 결국 생후 7개월 때 폐렴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데스크(부장)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급히 휴가를 냈다. 꼬박 일주일을 아이와 병원에서 보냈다.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는 자주 아플 수밖에 없는 걸까. 감기를 달고 살기는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한 녀석 콜록거리면 다음 날 바로 다른 녀석의 코에서 콧물이 줄줄 흘렀다. 나름대로 애쓴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먹인 모유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환절기만 되면 두 아이의 약봉지가 식탁을 차지했다.
어느 날 오후,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다는 연락이 왔다. 이번엔 둘째였다. 남편은 저녁 약속이 있어 늦는다고 했다. 조금 일찍 퇴근해야 했다. 망설이다 데스크에게 사정 설명을 하고 조금 일찍 퇴근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사실 일찍이라고 해 봐야 이미 오후 5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니 남편은 뭐한다냐?”
“네?”
“가 봐.”
돌아서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뒤통수가 심히 당겼다. 자상하고 후배 잘 챙기는 선배였다. 평소 언행과 달라 당황스러웠다. 부 데스크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뭔 일 있으셨나?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어여 들어가.”
남편이 뭐하긴. 일하지. 그러는 선배는 남편이 아니어서 늦도록 퇴근 않고 계시나?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애가 아프다고요, 애가. 애가 아프기를 내가 바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할 일을 안 한 것도 아닌데.
기분이 구렸다. 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