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픈 건 엄마에게 힘든 일이다.
몸이 아픈 것도 그렇지만 마음이 아프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이어서일까. 무언가 부모의 잘못일 거라는 인식 때문일까. 아이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 쉽게 인정하기 힘든 일이다.
큰 아이의 야경증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때론 낮에도 종종 나타났다. 차를 타고 가다 잠이 드는 경우였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헛소리를 하며 울었다. 아이와 단 둘이 이동할 때 아이가 울면 운전하는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운전 중 아이가 카시트 위에서 방방 뛰면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앞을 바라보며 뒷좌석에 앉은 큰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또 왜 그러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매일 우는 아이가 내 눈에는 그저 ‘우는’ 아이로만 보였다. 내 배 아파서 난 내 자식이어서 그저 사랑스럽기엔 ‘우는’ 아이가 내겐 힘겨웠다.
결단이 필요했다. 육아휴직을 하리라.
당시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회사 최초였다. 육아휴직을 얘기했을 때 ‘그냥 회사를 그만 두라’는 권고를 받고 사라진 선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주변 눈치 보기엔 내 사정이 급했지만 그렇다고 회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순 없었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그만큼 선, 후배, 동료에게 내 몫의 일이 배분된다는 이야기였다.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쩌지? 몇 날 며칠 머릿속으로 갖가지 시나리오를 쓰고 대처할 말들을 혼자 속으로 쏟아냈다.
‘부장,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어. 회사로 들어와.
근데, 무슨 일 때문인지 알 수 있을까.’
‘저...육아 휴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메신저로 부장과 약속을 잡고 회사로 들어갔다. 기자는 주로 자기가 맡은 출입처로 출퇴근을 한다. 매일 상사를 맞닥뜨릴 일이 여느 회사원보다 많지 않다.
http://thecontextofthings.com/2016/08/08/one-on-one-meetings/
부장과 대면하고 앉았다. 떨렸다.
합리적이고 후배들 잘 챙겨서 신망이 높은 선배였다. 능력도 출중하고 스마트해서 나 역시 평소 존경하는 선배였다. 그런데 왜 그리 떨렸을까. ‘안 된다’고, 그럴 거면 ‘그냥 그만 두라’는 말을 들을까 봐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하지 않았을까.
“아이가 아픕니다.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목구멍이 따갑도록 침을 삼켰다.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황인지, 낱낱이 말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휴직을 못 할 것 같았다. 내 아들의 아픔을 타인에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그래, 알았어.”
육아 휴직을 허락받았다. 회사 최초라고 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나도 모르게,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여기자는 많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도 ‘3D 업종’ 중 하나라는 기자를 잘 해내는 선배들은 많았다. 다들 잘하는데 왜 너만 그리 유난 떠냐고 하는 것 같았다. 진짜 그런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육아 휴직은 순탄하게 이뤄졌고 본의 아니게 여기자 복지에 한 획을 그었다. “일 년간 아이와 잘 지내고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와서 열심히 일할게요.”
아이를 돌보러 오시는 이모님께 육아 휴직키로 했다고 말씀드렸다. 워낙 큰아이가 이모님께 정을 붙이지 못했던 터라 행여 자신이 아이를 잘 못 봤다고 오해하실까 염려됐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진심을 다해 '그동안 감사했다'라고 인사를 드렸다. “잘했어, oo엄마. 잘했어!!” 육아 휴직을 잘했다고 말해 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
내일부터 울 아들 우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겠구나. 아이의 말랑한 배를 만지며 늦도록 뒹굴거려야지.
아, 내일부터는 무엇을 취재해서 보고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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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쓰는 글은 8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와 남편, 아이들이 인생의 가장 큰 기로에 있을 때 고민하고 결정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일과 육아 사이,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지금도 애쓰고 있는 많은 분들께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힘들었고, 외로웠고, 아팠던 모든 순간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고, 때론 예방주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 특히 엄마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