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Jul 19. 2022

삼삼오오 인문실험에 도전하세요

2022.07.19

오늘 아침, 문화의집협회 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다. 삼삼오오 인문실험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상상공작소의 첫 시작, 삼삼오오 인문실험

3년 전, 청년단체를 만들고 외부 펀딩을 받기 위해 공모전과 각종 사업을 알아보고 다녔다. 시민단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도 속해있었는데 그곳에서 브런치 작가 북한댁을 만났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펀딩을 받은 첫 프로젝트가 삼삼오오 인문 실험이었다.


삼삼오오는 사람 세명이 모여 무엇인가 기획하고 실험하는 프로젝트다. 200 원을 지원받아하고 싶은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면 된다. 올해부터는 청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단체가 참여할  있다. 시민 협업형 LAB 600 원의 프로젝트 지원비를 받는다. 모임을 만들어 채식주의에 대해 이야기 나눈 팀도 있었고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자로 드는 팀도 있었다. 일기를 함께 쓰는 프로젝트부터 엄마의 취향을 발견하기 위해 모인  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신기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왔다. 전국을 여행 다니며 거리 연극을 하기도 하고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출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자서전 출판사를 창업한 사람도 있었다.


출처: 2022 삼삼오오 인문 실험 공고문


치유 글쓰기 공작소, 분투의 기록

남북한 청년들이 모여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치유 글쓰기 공작소>를 기획해 사람을 모았다. 홍보를 위해 북한이탈주민 대학생 커뮤니티와 각종 인문 모임에 글을 올렸다. 호기롭게 시작한 것과 달리 첫 모임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사람부터 며칠 전 불참을 통보한 사람, 모임 당일에서야 카톡을 남긴 채 사라진 사람까지... 그렇게 사람들은 사라졌다. 그날의 황망함과 민망함 덕분에 북한댁 작가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당시 알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홍보를 했다. 대학원에서 함께 수업조교를 한 다른 과 후배를 섭외했고 소모임 어플에 유료결제까지 하며 광고를 올렸다. 8월 말에 잠시 동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왔는데,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에게도 조심스럽게(?) 홍보했다.



우리의 인문 실험은 처절한 분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좌충우돌하는 우리의 프로젝트를 실험일지에 꼬박꼬박 기록하였다.


출처: 상상공작소 <치유 글쓰기 공작소> 실험일지_20190713


전국의 팀들은 오리엔테이션부터 중간 워크숍, 마지막 결과 공유회까지   정도 모였다. 중간 워크숍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전국단위로 모집을 했기 때문에 중간 워크숍은 전국 각지에서 날짜를 달리해 열렸다. 서울에서 진행하는 중간 워크숍 일정이 대학원 시험기간과 겹쳐 대전 워크숍에 참여했다. 거리상 대전으로 모이기 편했던 한강 이남 지역 팀들을 만날  있어 좋았다. 지방에서 진행하는 청년 실험과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다 사람 모으기가 제일 어렵다는 이야기부터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템까지 다양한 주제를 오갔다. 이때 알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충청도와 경기도에 다녀오기도 했다.





삼삼오오 인문 실험이 뿌린 씨앗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데 언제나 이유가 있었다. 시간을 내기 어려워. 프로젝트를 하려면 다 돈이야. 같이 할 사람들 모으기 너무 힘들어...  


그런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돼. 가슴 뛰는 일을 시도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준 첫 번째 프로젝트가 삼삼오오 인문 실험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특이한 사람들이 사부작사부작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다음 해에 인문 상상 청년 프로젝트 공모전에 도전하고 출판사를 창업했다. 대학원까지 다녔던 전공 대신 다른 분야에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뿌리를 찾아 내려가면 삼삼오오 인문 실험이 뿌린 씨앗 덕분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개인적인 도전들 역시 삼삼오오가 뿌린 씨앗이 틔운 것들이다.




다시 돌아온 협력 기획자


상상공작소 팀은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과잉 열정에 부풀어있던 우리 팀원들이 오리엔테이션 당일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특이해도 괜찮아요.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본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살면서 진지하게 눈을 마주치며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은 처음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성장했기에 이 문장을 진지하게 믿고 말하는 어른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저런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프로젝트 내내 분투하고 좌충우돌하면서도 저 문장을 떠올리며 위로받고 힘을 냈다. 그렇게 우리의 인문 실험은 끝이 났고 1년 뒤, 2020년에는 청년 협력 기획자로 삼삼오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그런 어른이 되지 못했기에,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는 또래가 저런 말을 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기에 저런 말을 하지는 못했다. 의욕이 가득한 연구원(?)들에게 그들의 프로그램이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각자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어딘가에 기록되고 남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보태는 일을 했다.


작년에는 주최 측이 바뀌면서 이토록 재미있는 일에 동참할 수 없었다. 다시 돌아온 삼삼오오의 계절, 아직 공모기간이 남아있으니 많은 이들이 각자의 실험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 실험이 꼭 무엇을 만들어내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사람을 모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저도 협력 기획자로 참여합니다!

오티 때 만나요!





*접수마감: 2022년 7월 25일 오후 6시까지


*공고문 http://www.kpipa.or.kr/info/newsView.do?board_id=1&article_id=131601&pageInfo.page=2&search_cond=&search_text=&list_no=2114


매거진의 이전글 마감 증후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