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4
마음이 힘든 것과 몸이 힘든 것,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 체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언제나 몸이 아픈 것이 더 힘들었다. 더위도 추위도, 배고픔도 배부름에도 다 약하다. 걸핏하면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1년에 4일 정도 분기에 하루쯤 신기하리만큼 몸이 상쾌하고 체력이 솟구치는 날이 있다. 익숙치 않은 건강함이다 보니 막상 이런 날이 불쑥 찾아오더라도 특별히 무언가 더 해내기보다 어제와 같은 오늘로 보내곤 했다.
끈끈하고 후덥지근한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집에 오니 숨이 턱턱 차올랐다. 재택을 하며 마음이 지친다고 생각하던 요즘이었는데, 땀을 흘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그런 생각이 쑥 들어갔다. 그저 바닥을 친 체력이 얼른 회복되기를... 지치고 피로한 육신이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대학 다닐 때, 우리는 모두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와 헤어지면 그토록 아파했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서로에게 실연의 아픔 따위, 한 번 제대로 체하고 나면 바로 잊을 수 있다고 위로 아닌 위로와 덕담(?) 아닌 덕담을 건넸다. 습하고 피로한 오늘 갑자기 그 시절의 농담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힘들 때 보다 몸이 힘들 때 충격이 커진다. 마음이 순전히 아플 수 있는 것도 때가 있는 것 같다. 오롯이 슬퍼하고 우울하고 분노하고 실망하고 절망하기에 당장 너무 바쁘고 체력은 따라주지 않는다. 그 엄청난 감정 기복이 지나갔음에 안도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