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Oct 16. 2020

[출판프로젝트 일지 #2] 첫 번째, 총괄회의

상상공작소의 그림책공작프로젝트의 첫 만남

그림책 프로젝트의 지원 조건은
 두 가지였다.
"그림책을 출간해보지 않은
2030세대일 것"



이 프로젝트 기획안이 통과되고 청년인문상상에서 멘토링을 받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이들이 우려하였다.

신인 기획자와 신인작가의 그림책 데뷔 프로젝트라는 의미는 좋지만 작품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느냐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본래의 기획대로 지원조건은  청년일 것, 그리고 그림책을 출간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 두 가지만 제시하고 지원자를 모집했다.


세상에는 아이디어와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것을 내보일 기회를 받지 못한 지망생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원조건을 좁힐수록 가능성을 좁히는 것 같아 전공 불문, 아이디어와 포트폴리오만 복 지원자를 선발하였다. 인터뷰 과정 없이 온라인 상에서 이메일만 주고받은 사람들끼리 2개월 반 동안 그림책 2권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언제나처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알고 있었다.



상상공작소 그림책 프로젝트의

첫 만남,

2020년 8월 25일 경의선 책거리


첫 총괄회의가 열렸던 경의선 책거리 쇼룸



미디어북토크에서 흔쾌히 장소를 지원해주셔서  경의선 책거리 쇼룸에서 회의를 진행하였다.

당시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로 경의선 책거리는 10인 초과의 오프라인 모임이 금지된 상황이었다.

완주, 창원, 울산, 천안, 이천 등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였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장거리 이동이 걱정돼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여 회의를 진행하였다.  줌(zoom)회의를 개설하고 오프라인 현장에는 회의 자료를 나눠주며 부산하게 준비하였다.


작업을 성료 하기 위해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필요했다. 생산적인 회의가 될 수 있도록 첫 총괄회의 안건과 오리엔테이션 내용을 ppt로 정리하고 회의 참석자가 회의 내용을 참고하고 메모할 수 있도록 인쇄하여 자료를 준비하였다.


상상공작소와 오월의 얼굴 출판사를 소개하며 단체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자 했고 프로젝트의 목적과 기대효과, 진행방식을 설명해 프로젝트 운영이 생산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신인작가의 데뷔 프로젝트이지만 독자는 이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기성 출판사의 책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림책 공작프로젝트의 목적과 기대효과 ⓒ상상공작소npo



신인 청년작가 창작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디딤돌 삼아 다음 프로젝트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했다. 기획력, 원고 구성과 연출 역량뿐 아니라 원고 기획과 작업 단계부터 마케팅을 함께 고려하고 개개인의 브랜딩 강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후속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일회성의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창작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파악하고 창작자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워크샵도 기획단계부터 프로그램으로 준비하였다.





<오월>과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제작되는 두 권의 책은 각각 3개의 스토리로 구성하였다. 아직 어느 책 제목을 컬러로 할지, 흑백 옴니버스로 할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각의 스토리 전개를 고려해 중간회의 전에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책 제목 <오월>은 동음이의 한자를 활용해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책 인쇄는 종이를 16페이지로 접어 작업하기 때문에 책 페이지도 16의 n승으로 나간다.  

3편의 이야기는 16X3=48장으로 구성하였다. 중간에 간지와 면지, 표지, 각 스토리 표지, 책 정보와 목차 페이지를 고려해 각 이야기를 13장(26페이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안내하였다.




한 명의 작가가 글과 그림을 작업하고 완성된 원고를 보고 출판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글작가-그림작가를 한 팀으로 구성하여 아이템(주제) 별 스토리 구성부터 작업하였다.

로그라인 아이디어로 이미 통과한 아이템의 경우에도 세명이 공동으로 아이디어 빌드업부터 다시 시작했다.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의견을 조율하고 컨셉에 맞춰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했다.

총괄기획자와 작업 상황을 공유하며 전체 시리즈 톤도 맞춰나가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조율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였다고 안내했다.


글작가가 제시한 아이템과 아이디어, 그리고 6개의 아이템에서 다루고자 한 6개의 소주제를 소개하며

기획자와 그림작가가 선호하는 아이템과 주제를 고를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기획자 회의와 총괄회의 이후의 개별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각각의 선호를 취합하였다.


 

그림책 워크샵, 그림책과 친해지기


총괄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난 뒤에 진행한 "그림책 워크샵은" 작가와 기획자들이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한 시간이었다. 그림책으로 철학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지윤 부대표가 진행하였다.


그림책은 다른 매체와 달리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표현과 연출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림과 함께 연출되기 때문에 글은 함축적이어야 하고 글과 그림은 상호 동등한 구성요소로 하나의 요소가 설명하고 묘사하는 부분을 굳이 다른 요소가 중복하여 묘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함축적인 표현을 하면서도 맥락을 이어갈 수 있도록 브릿지 역할을 하는 글(텍스트)이 필요하다 것도 강조하였다.


텍스트 책과 달리 그림책은 표지 다음에 이어지는 면지가 굉장히 중요하며 "표지-면지-본문-뒷 면지-뒤표지"까지 그림책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점도 이어서 설명하였다.


그림책은 표지와 면지부터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그림책 <지각대장 존>의 면지,  캐릭터와 스토리를 고려해 지각해서 죄송하다는 반성문을 면지에 연출하였다 ⓒ <지각대장 존>


독자의 해석 영역이 텍스트 책 보다 훨씬 넓다는 점을 고려해 작업하는 게 필요하다. 그림의 전환마다 즉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사이사이의 맥락과 이야기가 텍스트 책처럼 촘촘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뛰어넘기 식 구성이 독자로 하여금 해석과 상상의 여지를 더 넓게 보장해주기도 한다. 그림 속 작은 배경이나 소품 역시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해석의 묘미를 주기 위해 그림에 메시지를 숨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래퍼런스는 한국 작가들의 해외 수상작을 위주로 준비하였다. 그림책은 직접 보고 종이의 질감도 만져보아야 제대로 읽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도 읽는 책이기 때문이다.  

신인 작가와 기획자들이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읽고 만져보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래퍼런스용 책은 여러 권 구입하였는데 특히 2030세대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위주로 선정하였다. 온라인으로도 병행해서 진행했기 때문에 노트북 카메라에 책을 비춰 보이며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촉감을 체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워 오프라인 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작가와 기획자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래퍼런스 그림책 리스트와 그림책을 소개하는 다양한 사이트를 공유하였다.





*기획자와 작가를 위해 구입하고 추천한 래퍼런스 그림책리스트

 정진호, <위를 봐요> , 2014 , 현암사

 유지연, <엄마의 초상>,  2014 , 이야기꽃

 이명애, <플라스틱섬>,  2014,  상출판사

 정유미, <먼지아이>, 2015, CUTURE PLATFORM

 정진호, <벽>, 2016, 비룡

 권정민,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2016 , 보림

 김지민, <하이드와 나>, 2017, 한솔수북

 이히현,  <문>,  2017, 이야기꽃

 캐럴 보스턴 위더포드,  <콩고광장의 자유> , 2018 , 밝은미래

 명수정,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 , 2019,  글로연


*다양한 그림책을 참고할 수 있는 래퍼런스 사이트


1) 가온빛 사이트,

어른을 위한 그림책 추천

 http://gaonbit.kr/feature/49912



2)그림책 박물관 http://picturebook-museum.com/user/index.asp

3)  픽쳐북일러스트    

   http://picturebook-illust.com/








첫번째 기획자 회의

총괄회의를 마치고 바로 기획자회의를 진행하였다. 장시간 진행된 마라톤 회의였지만 코로나 상황에 오프모임을 자주 할 수 없기 때문에 강행하였다. 기획자회의에서 6개의 아이템과  소주제를 선정했다.


기획자들이 원고 마감까지 팀을 조율하고 리드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자들이 작업하고 싶은 소주제나 아이템을 먼저 선별하도록 했다. 기획자 별로 선호하는 아이템을 추리고 6개의 아이템을 다양한 소주제로 배분하기 위해 함께 고심하였다.


80분이 넘는 회의 끝에 노동/연애/진로/불안과 우울/소수자/주거  라는 6개의 소주제를 선정하였다. 의외로 기획자들이 연애 아이템을 선호하지 않아 마지막에 내가 담당하기로 결정하였다.


컬러 옴니버스와 흑백 옴니버스 두 권으로 진행할 예정이라 주제(아이템) 별 색상 컨셉을 정하는 것부터 팀 구성까지 여러단계가 남아있었다.




8월 28일, 팀 구성 완료

6개 팀이 만드는 여섯 개의 세계


팀 구성은 아이템 > 기획자> 그림작가> 글작가 순으로 결정하였다.

총괄회의 이후 작가들의 선호와 의사를 취합하기 위해 릴레이 전화회의를 진행했다.


주제 및 아이템 6개 선정

⇒아이템별 기획자 배정

⇒ 그림작가의 선호도를 고려해 그림작가 배정

⇒ 글작가의 선호를 고려해 글작가 배정


4명의 그림작가가 6편의 작품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그림작가 두 명이 2 작품씩 맡아 진행해야 했다. 작가의 화풍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흑백과 컬러 작품을 한 작품씩 담당하기로 하였다.

그림작가 모두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맡아 진행할 수 있었다. 에세이 스타일을 잘 살리는 권도원 작가, 정교한 묘사가 강점인 이은지 작가, 색깔 감각이 좋은 김수연 작가, 동물 캐릭터를 잘 그리는 장미소 작가 4명의 그림작가 모두 화풍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각 아이템별로 컨셉을 달리할 수 있었다. 그림책에서 많이 진행되는 동물과 사물의 의인화 컨셉도 3편 정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결정된 아이템과 가제

주거 아이템> 수취인불명

노동아이템>초식동물생존기

불안과 우울> 자살방지클럽

진로 아이템 > 뒤늦은 사춘기 (가제)

소수자 아이템> 취존공주

연애 아이템 > ****** (가제)


11월 30일, <오월 吾月: 나의 달>, <얼굴: 나의 얼굴>이 출간되었습니다. 

현재 6대 온라인 서점 모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교보, 영풍,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인터파크


http://www.yes24.com/Product/Goods/95878477?OzSrank=1

http://www.yes24.com/Product/Goods/95878499?OzSrank=1



*오월의 얼굴 그림책 시리즈 텀블벅을 오픈했습니다. 구경오세요!!

<오월: 나의 달>     컬러 옴니버스 그림책

<얼굴: 나의 얼굴>  흑백 옴니버스 그림책


** 그림도 일부 공개되어있습니다~!

https://tumblbug.com/ddbf436d-9809-48fc-94af-812ffd97420f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책 프로젝트 시작! - 기획자 주관적 시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