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세계관이 이끈 출간 작가의 길

2022.01.21

by 오름차차

일단 시작하면 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쓸 때 브런치 연재하기를 쓰고 지키지 않은 날이 아마 100일쯤 될 것이다. 취존공주 작업일지도 써야 하고 새로 연재하려고 구상해둔 매거진도 2개 정도 된다. 이미 개설해두고 연재를 하지 않는 비어있는 매거진도 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는 내게 짐처럼 느껴졌다. 이모티콘과 함께 오던 그 야무진 알람이 얄미웠다.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 글을 읽는 재미도 컸는데 당시에는 내가 구독한 작가의 새 글이 등록되었다는 알람이 울려도 읽지 않았다.

그러다 티스토리에 쓰던 생존기록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쌓아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이걸 복사해서 아침마다 업로드하자고 다짐했다. 올 초부터 티스토리 광야에서 혼자 소리 없는 외침을 하다 지쳤고 브랜딩을 하려면 브런치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과연 그러한가-

무엇보다 내가 하루하루 겪고 있는 고군분투의 기록이기 때문에 사실 브런치에는 올리고 싶지 않았다. 사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도 내 브런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브런치 속 사람으로만 남아있을 수 없었다.

브런치로 연재하다 책으로 출간한 적도 2번이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저했다

카카오 세계관이 이끈 출간 작가의 길

나는 스토리펀딩으로 2권의 책을 냈다. 그리고 그 후 브런치로 2권의 책을 냈다. 어찌 보면 카카오 세계관이 나를 작가의 세계, 출판의 세계로 이끈 것인지 모른다.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는 과정을 스토리펀딩을 통해 배웠다. 브런치 연재를 통해 출간 기회가 생겼고 그 후에는 출간 기획단계부터 브런치 매거진을 개설하고 연재를 시작했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내 첫 책이 나왔다

스토리펀딩에서 첫 출간한 책은 에세이였다. 또 다른 필명으로 출간한 책인데, 누군가 내가 쓴 책이 맞는지 묻는다면 끝까지 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예술인 자격 증명을 신청할 때 이외에 단 한 번도 내 이력에 그 책 제목을 쓴 적 없다. 내가 가장 아팠던 시절을 쓴 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필명 뒤에 숨어 있을 것이다.


스토리펀딩에 연재할 당시, 플랫폼은 작가 사진을 요청했고 나는 뒷모습을 찍어 보냈다가 반려됐다. 머리가 긴 여성의 뒷모습 상단. 심령사진 같아 보였을 것이다. 반려당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와 아는 동생에게 캐리커처를 부탁했다. 그들은 캐릭터를 그려줬고 내 얼굴 사진 대신 캐리커처 이미지로 겨우 통과됐다. 그렇게 스토리펀딩 연재를 시작하고 몇 달 뒤 종이책이 나왔다. 출간한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 감각이 아직도 떠오른다. 촉감, 냄새, 당시의 온도까지.


두 번째 책은 기획단계부터 스토리펀딩 연재를 준비했다

모든 프로젝트를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프로젝트 기획단계부터 출간을 목표로 했다. 프로젝트를 어느 방식으로든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수업을 진행할 때에도 이점을 강조했다.


공익 프로젝트를 참여하며 우리 사회의 단면을 직접 목도하며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기획이었지만, 취업 준비로 바쁜 그들에게 실제로 도움 되는 경력을 만들어주고 싶기도 했다. 취업 원서를 쓸 때, 살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 힘들었지만 성공했던 프로젝트의 기억 등을 작성하라고 요구받는다. 대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채우기 위해 각종 동아리, 봉사활동, 대학연합모임에 들어가고 대회활동을 스펙으로 만들어간다. 그때, 이 프로젝트의 기록이 도움되길 바랐다.


학교 수업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기에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웠지만 다들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마쳤다. 학생들은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해 인터뷰를 시도하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올렸다. 영상과 활자의 기록물을 스토리펀딩에 업로드했다.


스토리펀딩에 연재하였지만 출간 원고 수준의 분량을 채우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결과보고서를 책의 초고라고 생각하고 작성하라고 지도하고 마감을 독촉했다. 결과보고서를 모아 목차를 구성하고 편집과 교정을 진행했다.


원고가 투고할 수준이 되었을 때, 출판기획안을 작성해 원고와 함께 출판사에 전했다. 당시 수업을 진행한 대학교 출판사에 기획인과 원고를 보냈는데 메일에 첨부해 보낸 파일은 출판사 직원 컴퓨터에 몇 달간 갇혀있었다. 내가 직접 출판사를 찾아가 문의하자 원고 투고 사실을 모르던 다른 직원은 그제야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난 출판사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출판사 리스트를 작성했다. 수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주요 이슈를 키워드로 뽑아 책을 검색하고 그 책을 출간한 출판사 리스트를 엑셀 시트로 만들었다. 리스트에 들어있는 모든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책이 나왔다.


아마 출간 기획서와 원고만 보냈다면 바로 출간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스토리펀딩에 원고를 연재하며 독자가 생겼고 당시 다음(Daum) 첫 화면에 피드로 올라온 에피소드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수월하게 계약이 진행되었다. 출판사 편집자 역시 스토리펀딩 연재가 인상적이어서 출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브런치로 출간하기

첫 번째 브런치 책은 문화콘텐츠 비평 도서였다. 유튜브 콘텐츠를 분석하는 글을 썼다. 유튜브 속 다문화 구성원 이야기를 유튜브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담았다. 유튜브로 인문학 하기는 전자책으로 제작됐다. 그 후에는 본격적으로 유튜브 문화콘텐츠를 분석했다. 나는 아기상어 콘텐츠를 분석하는 글을 썼는데 새벽까지 아기상어를 무한 반복하며 글을 쓰던 나를 걱정스럽게 보시던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유튜브 K콘텐츠에 대해 쓰는 것은 이 땅의 덕질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K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다루는 일은 결국 너와 나, 우리, 그들의 팬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중학생인 나는 록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져 다들 아이돌이 심취해있을 때 나는 록밴드 음악을 듣고 그 밴드 사진첩을 샀다. 그렇지만 나 역시 케이팝의 나라에서 나고 자랐기에 친구들의 덕질의 역사는 잘 알고 있었다. 아이돌의 어머니라 불리는 친구의 추천으로 나는 대학생 때 등록금으로 기획사 주식을 사서 돈을 벌기도 했다. 시험을 준비하며 뒤늦게 K콘텐츠와 아이돌 콘텐츠에 위로받았다. 나 역시 K콘텐츠 소비자였기에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런 이 땅의 덕질 역사를 정리해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연재 글들을 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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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브런치 책

2017년부터 매년 책을 출간하다 보니 2020년에도 출간을 이어가고 싶었다. 출간 준비과정이 길기 때문에 2019년 초에 계획을 세웠다. 나는 저자를 모아 출간 계획을 공유했다. 책을 출간하며 배운 것은 반드시 마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저자들 역시 이 점에 깊이 공감하며 마감으로 삼을 공모전을 찾았다. 몇 주 남지 않은 공모전에 도전하며 초고를 썼다.


초고를 쓰고 다들 지쳐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이대로 각자의 컴퓨터에 파일로만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 연재를 제안했다. 모여있는 저자 중 나와 다른 저자 한 명만 브런치 작가에 등록되어있는 상황이라 다른 3명의 저자는 브런치 작가 등록부터 진행했다. 그렇게 매거진 <시대에 갇힌 철학자들>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magazine/sidae


매거진을 보고 한 출판사가 출간을 제안해 왔다. 초고를 작성할 당시 출간을 협의하던 출판사가 있었는데 원고 작성 시간이 길어지면서 계약을 천천히 고민하고 다른 출판사와도 컨택해보자는 의견이 모이던 상황이었다. 새로 제안한 출판사는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홍보에도 적극적인 곳이었다. 무엇보다 편집자가 매거진을 읽고 제안한 상황이라 원고의 방향에 대해 잘 이해했고 소통도 원활히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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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브런치 연재 글로 두 번째 책, 나에겐 네 번째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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