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벽돌 Oct 03. 2021

쉰 즈음에-1

쉰 즈음에 들어보는 서른 즈음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네, 그래요. 김광석이 부르는, 아니 불렀던, ‘서른 즈음에’란 노래 가사예요. 하지만 이 곡은 마흔에 들어도, 쉰에 들어도 울림이 비슷해요. 아니 정확히 마흔 다섯 살에 들어도 똑같을 거예요. 가사 중에 ‘서른’이라는 말도 나와있지 않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멀어져 가는 젊음과 사랑, 작아져만 가는 꿈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하는 건데, 그건 몇 살에 생각해도 똑같이 아쉬운 거죠. 


쉰 즈음에 이 노래를 들으면 좀 맘에 걸리는 게 한 군데 있어요. 비흡연자인 누구는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이라는 구절이 매너없어 보여 안좋다고 하는데, 흡연자인 나로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 정도가 맘에 걸린다고 하면 그 사람은 쉰이라는 나이가 어울리지 않는 거죠. 그보다는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는 구절이에요. 아무래도 쉰은 청춘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해 보면 청춘이라는 게 막연히 젊은 시절을 지칭하는 것이니까. 마흔 후반도 쉰 보다는 젊은 나이이고, 그래서 청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다면 어울리는 가사 같기도 하고 말이죠. 


쉰은 참 애매한 나이에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요. 백 년 전만 해도 쉰이면 인생을 마감할 준비를 했어요. 그래서 급하게 남은 시간 동안 인생에서 목표하는 것을 이루려고 했지요. 오죽하면 예순이 되었을 때 오래 살았다고 환갑 잔치를 했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환갑은 청춘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게 따지면 쉰은 갓난아기 때이겠지요. 하긴 요즘은 웬만한 동창회 나가면 쉰은 막내 취급받고 물잔도 나르고 심부름도 해야 해요. 까마득한 후배라고 회비 내지 말라는 선배도 있어요. 내가 20대 때에는 쉰 살 선배는 노인 취급 받았는데. 오죽하면 모임 참석 여부 알아볼 때 살아계신지부터 물어봤다니까요. 왜 웃으세요? 아니, 정말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