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벽돌 Oct 05. 2021

쉰 즈음에-3

쉰 즈음의 변화

그런데 이 즈음에 여러가지 중요한 변화가 동반되요. 그래요 마흔 후반부터 쉰 초반에 걸쳐서요.

우선 눈이 침침해져요. 가까운 게 잘 안보이는 노안이 오는 거죠. 노안은 어두울 때 더 심해요. 어두워서 홍채의 조리개가 넓어지면 눈 속에 든 수정체가 얇아지거든요. 수정체가 얇아지면 굴절율이 떨어져서 가까운 걸 더 못보는 거죠. 그래서 항상 침침하다는 표현을 해요. 어둡다는 거죠. 참 적절한 표현이에요. 원래 근시가 있는 사람은 멀리 있는 것도 잘 안보이고 가까이도 안보여서 아무것도 명확하게 못보기도 해요.

내 생각엔 하느님이 너무 가까이 보지 말라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특히 남의 단점 같은 것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지 말고 넘기라고. 남의 실수도 못 본 척 하라고. 그래서 나는 가까이서 잘 안 보려고 해요. 멀리서 희미하게 쳐다보죠. 특히 십대, 이십대 인간들 볼 때는요.

호르몬도 많이 감소해요. 남성에게는 남성 호르몬이, 여성에게는 여성 호르몬이 부족해져요. 그대신 반대 호르몬의 영향력이 강해지죠. 남성은 여성화되고 여성은 남성화되는 거예요. 남성의 목소리는 점차 가늘어지고, 여성의 어깨는 점점 벌어져요. 성기능도 마찬가지예요. 그동안 치마만 보면 휘파람을 불고 쫓아가던 수컷들이 이제 암컷이 나타나면 수풀 속으로 숨어 들어가요. 밤마다 아내를 깨워 귀찮게 굴던 남편들이 아내가 샤워하는 사이 집을 나가버리거나, 아니면 기절한 척 하기도 하죠. 뭐 그러려고 샤워하는 것도 아닌데 아내들만 억울하게 됐죠. 아내들은 점점 약해져 가는 남편이 불만스러워요. 목소리도 가늘어지고, 딱딱하던 근육도 야들야들해지니까요. 그동안은 오빠 같았는데 이제는 언니 같아요. 그것도 철이 안든 언니. 답답할 노릇이지요. 그러면서 자기는 어깨가 벌어지고 점점 강해지니까 그런 '못난 언니'가 점점 부끄러워지는 거예요. 그 언니가 오빠로 지내는 동안 구박받고 지냈던 여동생이라면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예요. 이제 오빠를 때려 눕혀도 오빠는 눈이 침침해서 누구한테 맞았는지도 못 알아보니까요. 그러니 지금 너무 센 척 하는 이십대 남성들은 조심하세요. 20년 강자로 군림하는 것 같다가 50년 약자로 비참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오십대가 되면 약봉지가 늘어나요. 사십대까지 병원 한 번 가지 않고 의료보험료 내는 게 정말 아깝다고 부르짖던 사람들이, 이제는 의료보험 제도가 있는 우리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통풍 등으로 먹어야 할 약이 한 움큼씩이에요. 아침에 따로 식사하지 않고 약만 먹어도 반나절이 든든해요. 약 때문에 다이어트가 힘들 정도예요. 약에 들어있는 녹말 성분이 살을 찌울 정도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쉰 즈음에-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