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한 해들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한 해를 보내기 위해 그 끝에 서 있다. 돌아본다는 건 매번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레고 반짝이는 순간보다 부끄럽고 아쉬웠던 순간들이 더 선명하니까. 너무 감정적이어서 이리저리 휘둘렸거나 너무 이성적이어서 부러질 것만 같았던, 중도 없는 선택들. 그래서 갈팡질팡하거나 우왕좌왕했던, 소신을 놓친 걸음들.
쉽지 않지만, 그 순간들을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만 알 수 있다. 그 선택과 걸음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으로 향했다는 걸. 그리고 물어야 한다. 이곳이 진정 내가 원했던 곳이었는지, 다음 한 해의 끝에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지를.
물론 다음 한 해도, 그다음 한 해도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낸 것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한 해들이 남아 있다. 몇 번이나 돌아보고 물음으로써 이전보다 나아질 나의 선택과 걸음으로, 온전히 채워질 우리의 날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