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지혜]
베란다에서도 온도계가 영하 10도를 가리키는 한겨울의 강원도에서도 식물을 키웁니다. 상추, 깻잎, 부추, 미나리 등등 갖가지 먹거리용 채소가 주를 이룹니다. 비닐 하나를 덮어 하우스를 만들어주었다고는 하지만, 식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계절에는 베란다 정원의 식물들에게 유독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기 전에 그들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춥고 척박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겠느냐고, 살아낼 자신이 있느냐고 묻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게 그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키울 뿐입니다. 문득 이런 저의 이기적인 선택을 이해해 줄 수 있느냐고 묻고 싶어 집니다.
부모님이 나에게 묻지도 않고 나를 낳았다는 것 때문에 부모님을 원망한 적 많았습니다. 나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나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나는 부모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영하 10도를 넘기는 한겨울의 베란다를 서성이며 제 부모의 마음과 부모를 원망하던 제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