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지혜]
퇴근 후 소파에 앉아 무의식적으로 테이블에 놓인 귤을 까먹습니다.
귤은, 그렇잖아요. 겨울만 오면 집이나 사무실에 흔하게 굴러다니고 있지요. 보통은 박스째로 들여놓고 질릴 때까지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겨울 간식.
귤을 까먹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아, 참 좋다.”
현재에 만족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좋은 말들은 많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런 좋은 말, 듣기 좋지 않습니다.
‘만족할 게 있어야 만족하고, 감사할 일이 있어야 감사하지.’라는 반골 성품이 불쑥 고개를 듭니다. (당연하죠. 저는 성인의 반열에 오르지도 못했고 오를 일도 없는 그런 귤까먹는인간 일 뿐이니까요.)
현재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볼 수밖에 없어요. 과거와 비교해서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야 현재에 만족하기 쉬울 겁니다.
과거가 꽃길이었다면 현재가 얼마나 더 좋은 꽃길이어야 현재에 만족할 수 있을까요?
평범한 나날들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저 배고플 때 아무 중국집이나 들어가서 먹는 짜장면 한 그릇이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한 날의 특식이 됩니다. 그러니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도 참 상대적입니다.
과거가 결핍으로 가득할수록 귤 까먹는 일상이 만족스럽고요. 과거의 평범이 현재에서 한 끗이라도 특별해야 감사하게 됩니다.
늘 꽃을 꽂아두는 티브이 속 집들이 특별해 보이고 부러웠습니다.
요즈음의 저는 집에 늘 꽃을 꽂아둘 수 있을 정도로 삽니다.
저는 지금 저의 범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