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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Jul 01. 2023

진지한 약속

'계약'이라는 말, 많이들 사용하지요. 도대체 계약이 뭘까요?

사람들 사이의 '약속'를 말합니다. 물론 그냥 '약속'이 아니라  '진지한' 약속을 '계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지한' 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진지해야 약속이 계약이 될까요?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법원에 소송을 걸어서 약속을 지키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진지해야 계약입니다.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진지한 약속이면 계약입니다.  


친구들끼리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해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을 겁니다. 친구에게 소송을 걸어보았자 패소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다음 주 월요일에 샌드위치 100개를 공급해주기로 약속했다면 이 약속은 계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샌드위치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서 그 회사에 손해라도 발생하면 법원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할 겁니다.  누군가와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으면 나는 혼자 사는 것입니다. 사업하는 사람이 사업상 계약을 맺는 것만 계약이 아닙니다. 직장에 다니려면 회사와 고용계약을 해야 하고, 사는 집을 구하려면 임대차 계약을 해야 합니다. 결혼도 혼인계약이지요. 이런 계약까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슈퍼에 가서 라면 하나를 사는 것도 계약이고,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는 것도 계약입니다.


진지한 약속(계약)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두 사람이 동시에 짠! 하고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합니다!"라고 하면 계약을 체결될까요?


계약하는 과정을 슬로 모션으로 상상해 보시죠.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먼저 어떤 제안을 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이 그 제안에 동의한다는 대답을 하면 계약이 체결(성립) 됩니다. 한 사람이 먼저 하는 제안을 민법은 '청약'(offer)이라고 부릅니다. 청약, 말 그대로 계'약'을 요'청'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중에 그 제안에 동의한다는 대답을 민법은 '승낙'(acceptance)이라고 부릅니다. 승낙, 말 그대로입니다.이렇게 약(contract)은 청약(offer)과 승낙(acceptance)으로 체결(성립) 되는 것입니다.


약속 중 '진지한' 약속만 계약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제안 중 '진지한' 제안만 청약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정도 진지해야 여기서 말하는  '진지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상대방이  "예스"라는 대답을 하기만 하면 계약이 바로 성립되는 것으로 볼 만큼 구체적이며 최종적인 제안이라면 진지한 제안(청약)입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이라면, 어느 부동산을 얼마에 매매하자는 정도를 구체적으로 제안해야 합니다.


이 정도로 진지하지도 않으면서 약속을 하자고 제안을 한다면 이것은 청약이 아닙니다. 이러한 행위를 '청약의 유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상대방에게 청약(진지한 제안)을 하라고 유인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청약의 유인, 재미있는 이름입니다. 세상은 도처에 '청약'이나 '청약의 유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식당에 앉아서 주문을 하면 언제라도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청약). 기차역은 기차 시간표를 게시하여 두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청약의 유인).


과연 누군가와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누군가와 약속을, 그것도 진지한 약속을 하면서 우리는 세상과 연결됩니다. 계약은 우리를 세상과 연결하는 끈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지만, 일어나기 힘든 날이 있습니다. 이때 세상을 연결하는 끈이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직장에 출근하기로 한 회사와의 진지한 약속(고용계약), 내일까지 보고서를 제공해 주기로 한 진지한 약속(용역계약)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우리는 계약을 통해 세상에 나서서 살아가며 그들과 함께 세상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청약과 청약의 유인은 '기회'입니다.


한편, 우리의 삶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며 능력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기회를 신중히 살펴서 그중 몇 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수많은 청약과 청약의 유인 중 어떤 것에 대해 응답을 할 생각인가요? 어디로 향해 청약이나 청약의 유인을 할 생각인가요? 신중하게 선택하고 성실하게 준비하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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