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편
가끔은
핸드폰 알람 맞출 필요없이
눈뜨고 바로 씻을 필요없이
12시 땡 맞춰서 점심먹을 필요없이
오후 2시쯤 동네 놀이터에 가서
낯설지만 그럴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침대에 누워서 영화나 실컷 보고
커피잔을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고
가만히 눈을 감고 음악을 들어보고
인터넷 속 시끄러운 뉴스는 다 무시하고
해질녘 거실 바닥에 만들어진 창문 그림자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들어보고
다음날 아무일도 없어서 새벽까지 뒹굴고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를 오롯이 쓸데없이 감상 할 수 있는
그런 날은 쉽게 오지도 않고
생각보다 내가 그렇게 하기도 힘들다
나를 멈추고 쓸데없는 시간보내는 것 조차
계획을 잡아야 될 정도로 우린 지나치게
바쁜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