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ional Learner로서 여정(8)

나를 위한 변화의 바람

by 와이키키

그 동안의 배움의 여정을 정리해보며, 얼마나 성장하였고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듯이, 직장인에게 학습을 습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브런치 글을 올리는 것조차 부담으로 느껴질 만큼 버거운 나날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짧은 시간안에 마치고 다음 여정을 왜 미리 준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후회도 남는다. 습관의 힘은 무섭지만 방심하면 금세 관성처럼 피곤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편함을 추구하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선천적인 재능이 부족했던 나는 시작과 멈춤, 포기와 후회를 반복하며 목표에 도달했다. 이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지극히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렇지만 학습의 노력에 비해 아직 커리어 상 뚜렷한 변화는 없다. 물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전과 달리 기술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역할도 맡았지만 학습을 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변화와는 달리 서서히 흐르는 강물처럼 변화를 맞이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비록 현업에서의 부침과 굴곡이 있을지 모르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학습을 통한 나만의 준비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왠지모를 자신감도 생겨난다.


커리어 성장이 첫번째 배움의 이유였지만, 배움과 회사에서의 성장은 상호 비례적이지는 않다. 한국 사회, 특히 공공 및 사기업에서는 해외 기업들과는 반대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Specialist)보다 다재다능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마치 순환경제처럼 순환 근무를 선호하는 기업 문화는 한동안 내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물론 직책보임자가 되기 위해 다양한 역할들을 경험해 보는 것도 필요하고, 소위 고인물이 썩듯이 오래도록 익숙한 일만 하다보면, 요령이나 관성에 젖어 창의적인 업무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변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때로는 업종을 넘나들며 엔지니어가 인사(HR)나 상경계 업무를 맡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물론 현장 근로보다 사무실 근로를 선호하거나, 커리어 체인지를 희망하는 개인의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회사의 인재관리 정책이나 인력 Pool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곳에 머문다고 해서 경험적 숙련도가 곧 전문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단순히 순환 근무를 한다고 해서 다양한 업무를 깊이 체득하거나 업무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결국 개인의 커리어 개발 방향과 이를 지지하는 회사의 정책적 방향이 상호 보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이나, 아쉽게도 대부분 이와 같지 않다. 개인의 자기계발 없이 현업의 성과(Performance)를 향상시키기는 쉽지 않다. 물론 엔지니어로서 기술사가 있다고 해서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각각의 검토의견에 대한 제3자의 신뢰도를 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튼,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오랜 경험을 실력으로 녹여내기 보다 경험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소위 ‘고인물’ 인사가 되거나 TO나 기회에 맞춰 보직변경을 희망하나 나이 때문에 이동이 어렵다. 물론 이런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능력자들이 능력자들을 알아보는 법이므로, 일부 능력 있는 사례는 당연히 좋은 조건으로 보직변경이나 순환보직을 하기도 한다.


최근 원치 않는 보직이동 위험에도 커리어 변경 권유에 대해 거절하기도 한 경험도 있어 한 우물만 파는 것이 때로는 미련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정책은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고, 내부 인력은 여러 업무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순환 배치하여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회사들의 전략으로 보인다. 단, 한우물만 판 Specialist는 회사 HR 관계자들에게 Specialty를 인정받기 보다 업무 유연성이 부족하고, 외골수 같은 인상을 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회사를 위한 나의 능력'이 아닌 '나의 능력을 위한 회사'라는 관점으로 프레임을 전환한 지금, 나는 사내 정치나 안정적인 보직을 꿰차는 능력보다 나만의 커리어 패스 상 꼭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고, 회사에서도 이 능력을 제대로 활용해 주길 기대한다. 사실 Job Security가 상당히 높은 현회사도 절대 나를 키워주고 믿어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회사의 정책이나 전략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거나 독보적인 Specialty를 보유해야만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위기 속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리어에 대한 확신을 갖기는 어렵지만, 커리어 개발 없이 수많은 제너럴리스트 중에서 내 자리를 선택받는 일은 더욱더 예측하기 어렵다. 회사는 대체 가능한 인재를 항상 준비해두며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한 인사 정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 여전히 입사 동기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나를 보며 '그렇게 공부한다더니 여전히 제자리걸음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왜 그렇게 아등바등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수당도 주지 않는 미국 기술사나, 학비를 그렇게 들여가며 오프라인도 아닌 온라인으로 미국 대학원을 다녀야 했는지에 대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폄하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이유는, 나만의 전문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증거를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경험과 프로젝트의 Reference는 이런 신뢰의 증거 속에서 나의 전문성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회사의 빈자리나 손쉬운 승진자리를 찾아가는 대신, 내 전문성에 맞는 자리에서 개인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회사 또한 그에 걸맞은 보상과 인정을 제공하는 윈윈(Win-Win) 관계를 기대한다.


대학원을 마치고 나니 학습을 통한 증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기술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더 능력있는 선후배도 있지만, 불현듯 현업에서 실무능력을 쌓아야하는 시점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쉽게 지치기 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과 외 시간이나 주말 가족과의 시간을 반납하며 책상에 앉아 학습하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한다. 언젠가 엔지니어로서 커리어 점프를 담은 브런치북을 발간할 그날을 고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여정을 마치며, 부족한 글이었지만 글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나 동질감, 혹은 앞으로의 학습 방향을 설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독자들의 배움도 언젠가 커리어의 증거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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